임일규 경남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창원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인 사건' 관련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심천우(31)·강정임(36·여)씨는 카드빚에 쪼들리자, 지난해 말부터 골프장에 자주 다니는 부유한 사람들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는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수감금·강도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로 심씨와 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초까지 골프 경기보조원으로 일했던 심씨는 개인사업을 하려다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어머니 명의 신용카드로 2600만원 빚을 져 독촉을 당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골프장에 자주 다니는 부유한 사람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함께 골프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며 사귀었던 강씨와 지난해 말부터 범행을 공모했다. 심씨는 지인 3명에게 돈을 줄테니 범행을 도와달라고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하자, 지난달 초 100만원을 주겠다며 6촌 동생인 심아무개(29·구속)씨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애초 골프연습장에서 나오는 남성을 범행대상으로 정했으나, 해당 남성이 승용차를 빠른 속도로 몰고 가는 등 범행에 쉽게 말려들지 않자, 범행대상을 여성으로 바꿨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오후 3시40분께 경남 창원시 ㅂ골프연습장 지하 1층 주차장을 둘러보고,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오후 2시20분께 다시 현장을 찾아가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 ㅅ아무개(47·여)씨가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오자, 심씨 등은 ㅅ씨가 골프 연습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저녁 8시30분께 집으로 가기 위해 승용차에 타려는 ㅅ씨를 납치했다. 이들은 ㅅ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나,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에 오고, 값비싸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ㅅ씨를 범행대상으로 정했다.
이들은 ㅅ씨를 차량에 실어 끌고가면서 ㅅ씨가 갖고 있던 현금 10만원을 빼앗고, ㅅ씨 신용카드 2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하지만 ㅅ씨를 돌려보내지 않고, 지난달 26일 밤 경남 고성군 폐주유소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마대자루에 넣어 범행차량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이날 밤 경남 진주시 진양호에 ㅅ씨 주검을 던져 버렸다. 이후 이들은 전남 순천을 거쳐 광주로 갔으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시방에 들어가 컴퓨터게임을 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등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심씨는 다음날 광주에서 6촌 동생 심씨를 시켜 ㅅ씨 신용카드로 현금 410만원을 인출할 때, 동생에게 긴 머리 가발을 씌워 여성으로 변장시키기도 했다. 또 미리 준비한 가짜 차량번호판 2개를 범행차량에 번갈아 달아 경찰 추적을 피했다.
이들은 완전범죄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26일 밤 광주에서 경남 창원으로 가기위해 경남 함안을 지나가다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차량을 버리고 달아나다, 27일 새벽 1시30분께 동생 심씨만 경찰에 붙잡히고, 심씨와 강씨는 인근 산으로 달아났다. 달아난 2명은 경찰 포위망을 피해 달아나, 27일 새벽 4시20분께 남해고속도로에서 5만원을 주고 화물차를 얻어 타 부산으로 갔고, 이날 밤 택시를 타고 부산에서 대구로 이동했다. 이들은 대구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중랑구 한 모텔에 투숙해 숨어 지내다, 지난 3일 오전 10시10분께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주범인 심씨는 피해자 ㅅ씨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았고, 숨진 ㅅ씨의 주검을 마대자루에 담아 진양호에 버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 살해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창원서부경찰서 관계자는 “ㅅ씨 주검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ㅅ씨가 목을 졸려 질식사했다는 1차 소견을 내놓은 상태이다. 그런데도 심씨는 ‘고성군 폐주유소 건물 2층에 ㅅ씨를 묶어서 혼자 놔두고 잠시 나갔다 돌아갔더니 ㅅ씨가 숨져 있었다. 그래서 ㅅ씨 주검을 마대자루에 넣어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진양호에 던져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심씨 진술에 신빙성과 일관성이 없지만, 계속 조사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심씨 등을 상대로 이제 고작 몇시간 조사했을뿐이며, 아직 조사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심씨와 강씨는 엄청난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등 매우 비상식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심리감정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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