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시 양덕천 복개도로 사고 현장. 폭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 복개도로 아래에서 작업하던 인부 4명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뒤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지난 4일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 양덕천 사고는 큰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천에 인부들을 투입해 작업하다 일어난 것으로, 전형적인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5일 “공사발주처인 창원시 마산회원구, 시공업체인 ㄱ엔지니어링, 하도급업체인 ㅈ건설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법률 검토를 거쳐 6일께 입건 여부와 대상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사고 직전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졌으나 하도급업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청 일기예보만 믿고 인부들을 투입했으며, 투입된 인부들은 모두 부산 사람들로 현장의 지리적 상황을 잘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홀한 안전조처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창원시 설명을 종합하면, 마산회원구는 지난 4월17일 ㄱ엔지니어링에 ‘팔용로 복개구조물 보수공사’를 발주했고, ㄱ엔지니어링은 ㅈ건설에 이 공사를 맡겨 진행했다. 오는 15일 완공 예정으로, 사고 당시 공정률은 90%였다.
ㅈ건설은 지난 4일에도 정아무개(51)씨 등 인부 4명을 공사구간인 양덕천 복개도로 아래에 투입해 작업했다. 비가 거의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이날 오후 3시께부터 단 몇분 동안 27.5㎜의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복개도로 아래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불어난 물이 상류 쪽에서 밀려오는 것을 발견했을 때는 대피하기에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결국 이날 오후 3시25분께 인부 4명은 모두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이 가운데 정씨만 주민 신고로 긴급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강아무개(30)·김아무개(46)·김아무개(59)씨 등 나머지 3명은 모두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와 숨진 강씨는 외삼촌과 조카 사이였다.
구조된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바깥에 폭우가 쏟아지는 것을 전혀 몰랐다. 불어난 물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동료들에게 빨리 도망가라고 소리치며 나도 도망갔다. 하지만 급류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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