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한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관 착공식이 열렸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제공
시민단체가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가 가족도 없이 쓸쓸히 숨져갔던 동포들의 넋을 기리는 위패 제작 모금운동에 나섰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5일 “일제강점기 사할린 징용 무연고 희생자 위패 제작비 모금운동을 다음달 31일까지 벌인다”고 밝혔다. 위패는 모두 8000기인데 제작비는 한 기에 5000원씩 모두 4000만원이다.
위패는 다음달 31일부터 두 달 동안 제작되고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시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의 농장에 들어설 예정인 ‘일제강점기 사할린 징용 희생자 추모관’ 안에 안치된다. 위패 제작비 모금운동에 참여해 이름과 주소를 전자우편(
sahallin1945@hanmail.net)으로 보내면 동판에 기증자들의 이름을 모두 새기게 된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2015년 사할린 한인의 역사 발굴과 기록·생활사를 보전하고, 희생자 추모 공간, 사할린에 잔류한 한인 1세에 대한 복지 공간 제공, 후손 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할린 역사기념관 건립과 추모관 모금운동을 벌였다. 같은 해 6월엔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제1 공동묘역에 한인 합동 추모비를 세웠고 8월엔 추모관 착공식을 열었다. 사업비 30억원의 추모관은 오는 10월 말 완공을 위해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끌려간 조선인을 4만여명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1938년부터 벌목장과 탄광, 군수공장 등에서 강제로 일하다가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일본이 자국민만 배에 태워 가고 사할린을 점령한 러시아도 배를 내주지 않아 조선인은 한 명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할린 거주 조선인들은 무국적자로 살다가 북한 또는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며 살았다. 1945년 8월15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3000여명이 한국으로 이주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기 힘든 한인 1세대 1000여명은 한국 이주를 포기하고 자녀와 함께 사할린에 살고 있다. 현재 사할린엔 2~4세대 한인 2만5000여명이 살고 있다.
리인수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은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위해 무연고 희생자 위패 건립비 모금운동에 나섰다. 사할린 한인 역사기념관도 예산이 많이 들어 민간단체 힘만으로는 버겁다. 사할린 한인도 우리 국민이니 정부가 역사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051)442-6320.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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