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있는 서체 전주완판본체 탄생 선포식이 6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렸다. 전주시 제공
“목판에 잠들어 있던 글꼴이 다시 숨을 쉰다.”
국내 유일의 족보 있는 서체 ‘전주완판본체’ 탄생을 알리는 선포식이 6일 오전 11시 전주시 동서학동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렸다. 전주완판본체는 춘향전 등 고대소설을 출판할 때 사용했던 과거 목판 글꼴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디지털화한 서체로, 2014년 1월 전주지역 사회적기업 ‘마당’이 개발했다. 이후 개발업체 이름을 따서 ‘완판본마당체’라는 이름으로 유료로 보급해 왔다.
전주시는 대표적 출판문화유산인 완판본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하고 목판 글꼴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서체를 다시 세분화한 6종(목판 글꼴을 살린 ‘각체’와 부드러운 느낌으로 바꾼 ‘순체’에 각각 굵음, 보통, 얇음 글씨)으로 확대 개발했다. 또 영문과 기본기호뿐만 아니라, 아래아(·) 등 고어를 추가한 5560자를 더해 전주완판본체를 지난 4월 완성했다. 시는 무료 배급을 위해 이날 ㈜한글과컴퓨터 및 한글단체 등 6곳과 전주완판본체 사용 협약식을 가졌다. 전주완판본체 사용을 원하면
전주시청 누리집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목판의 거친 글꼴을 살린 전주완판본체 각체 일반(보통).
목판의 거친 글꼴을 부드럽게 순화한 전주완판본체 순체 일반(보통).
전주시는 “조선후기 전주에서 간행된 출판물에 이름 붙여진 완판본은 조형적 아름다움과 대중성을 갖춘 글꼴로 300여년 전 목판속에 잠들어 있던 완판본 글자에 생명을 불어넣고 디지털화한 데 의의가 있다. 무료 배급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글꼴 개발로 디자인 쪽 활용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가 낳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라고 했는데 글씨체 또한 마찬가지다. 글씨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전주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전주완판본체가 고어·영문 글꼴까지 갖춘 만큼 국내는 물론 외국으로도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