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문학상’ 대상 수상자 임철균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30주기를 기념해 제정한 ‘박종철문학상’ 첫 대상 수상자로 임철균(53·가톨릭대 국문과 박사수료)씨가 결정됐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7일 “지난 5월 열사의 30주기를 맞아 ‘박종철문학상’ 공모를 했다. 심사위원회가 응모한 24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수상자 3명을 선정했다. 11일 오후 5시 옛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 7층 강당에서 시상한다”고 밝혔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박 열사가 87년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대상 수상작은 임씨의 단편 소설 <코드 블루 코드 블루>이고, 최우수상은 ‘운문 부문’에 <혁명의 숨결을 생각함> 등 5편을 응모한 허주영(27·한국외대 국문과 박사과정)씨, ‘소설 부문’에 단편 <6월의 파피용>의 이송하(21·명지대 문예창작과 3년 휴학)씨가 선정됐다.
박종철 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 허주영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한창훈 소설가는 “<코드 블루 코드 블루>는 뒷부분 반전까지의 주인공 동작이 침착하게 살아있으며 이럴 때 흔히 나타나기 마련인 감정의 과잉도 잘 억눌렀다. 끝까지 독자의 시각을 끌고 가는 능력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또 “<6월의 파피용>은 일부 단점도 눈에 띄었지만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려가는 재주가 있는 데다 문장의 호흡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운문 부문 심사위원 시인 김해자씨는 “허주영의 시는 서사를 밀고 나가는 힘이 탄탄하고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상투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대상 수상자 임씨는 “촛불 민중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6·10민주항쟁 30주년 공식행사에 새로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때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때론 0.7평 지하 징벌방 고독 속에서, 박 열사와 같은 고민을 함께하였던 사람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종철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 이송하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제공
허주영씨는 “마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박 열사가) 군부독재 하의 젊은 지성으로 느꼈을 고뇌와 나라에 대한 책임감을 생각하면 먹먹해지기도 한다. 뜻을 다하지 못한 죽음들이 이루어낸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저 역시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열사의 뜻을 받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송하씨는 “촛불집회를 겪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접하면서 민주주의란 게 굉장히 정형화된 어떤 단순한 이념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좀 더 열심히 노력하고 알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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