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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m 천에 먹물로 새긴 세월호 희생자 304명

등록 2017-07-09 18:06수정 2017-07-09 20:13

목포 시민운동가이자 화가 정태관씨
세월호 목포 도착 100일 맞아
시민 응원 받으며 꼬박 4시간
“미안함과 그리움 담았다”

7일 목포 평화광장에서 세월호 304 서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한국화가 정태관씨.  목포문화연대 제공
7일 목포 평화광장에서 세월호 304 서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한국화가 정태관씨. 목포문화연대 제공

“한 분 한 분 이름을 불러 남은 이들의 위로를 전했습니다.”

한국화가 정태관(57)씨는 ‘세월호 희생자 304 서화 퍼포먼스’를 마친 심정을 9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월호 목포 도착 100일을 맞아 지난 7일 전남 목포 평화광장에서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큰 붓 먹물로 또렷하게 새기는 행위예술을 펼쳤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 씻김의식은 꼬박 네 시간 동안 진행됐다.

“감정이 북받쳐 몇 차례 쓰기를 중단했어요. 그리움과 미안함으로 울컥하더라고요. 힘들 때는 무릎을 꿇고 속죄하고 참회하며 썼습니다.”

시민들은 길이 304m 너비 2.5m 하얀 천 위에 맨발로 올라가 일필휘지로 써내려 가는 그에게 음료수를 건네주고, 손전등을 비춰주는 등 응원을 보냈다. 지친 그가 마지막 10명 이름을 쓸 때는 한 자 한 자 큰 소리로 불러주며 힘을 북돋우기도 했다. 가수와 춤꾼 등 목포 예술인들도 40~50분마다 막간 공연을 벌이며 그의 작업을 도왔다.

한국화가 정태관씨.
한국화가 정태관씨.

그는 ‘머리로 말고 마음으로 기억하자’라는 문구로 시작해 이름을 차례차례 쓴 뒤 ‘미안합니다’로 마무리 지었다. 끝맺음하고는 대형 붓을 바다에 던져 숨진 이들을 진혼했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고, 붓을 잡았던 손가락에는 커다란 물집들이 잡혀 있었다.

그는 지난 3월 말 인양한 세월호를 목포신항에 거치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목포시내를 온통 노랑으로 물들여 세월호를 맞이했다. 목포 진출입로 곳곳에 노란 펼침막을 붙이고, 항구 울타리에 매달 노란 리본 수만장을 준비했다. 그는 42개 시민단체로 꾸려진 세월호잊지않기 목포공동실천회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애초 남도 해안의 포구와 섬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정하고 꾸밈없는 사람들을 그리는 화가였다. 하지만 예술인도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민중미술과 현장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10여년 전 목포문화연대를 만든 그는 시내버스 갤러리, 철부선상 전시회 등을 추진하고 노래 ‘목포의눈물’ 기념 사업, 근대건축물 보존, 다문화여성 교육 등을 펼치는 등 다양한 사회참여를 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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