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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이라는데…나는 ‘비정규직’ 임기제 공무원입니다

등록 2017-07-14 06:01수정 2017-07-14 10:50

사각지대 놓인 ‘임기제’ 공무원

1년마다 근평 통해 계약 연장
5년 되면 다시 공개경쟁시험
출산휴가·육아휴직 눈치보여
재계약 돼도 연봉 깎이기 일쑤

대다수 6급이하 급여도 적어
지자체는 정규직으로 분류
정부 정규직 전환 대상서 빠져
“무기계약도 좋으니 고용 보장을”
경남도교육청 공무원노조가 2015년 7월30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이 뽑으려는 지방임기제 5급 공무원 자리에 정규직 공무원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경남도교육청 공무원노조가 2015년 7월30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이 뽑으려는 지방임기제 5급 공무원 자리에 정규직 공무원을 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1. ㄱ(43)씨는 2000년 서울시의 한 구청 공개경쟁시험에 지원해 계약직 공무원으로 취업했다. 1년마다 근무성적 평가를 통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5년이 지나면 다시 공개경쟁시험을 치러서 15년간 일자리를 지켰다. ㄱ씨는 2015년 2월 다시 공개경쟁시험에 응시하려다 포기했다. 인사팀에서 채용공고를 늦게 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한 달 동안 무보수로 일하다가 뒤늦게 발표한 채용공고에 응시해 다시 5년 기한의 임기제 공무원이 됐다. 그는 “두 아들을 키우는 가장인데 한 달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해 가족에게 너무 미안했다. 직장이 없어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는 등 정신적 고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ㄴ(45)씨는 2011년 5대 1의 경쟁을 뚫고 5년 임기의 계약직 라급(일반직 8급) 공무원이 됐다. 지난해 재임용이 되기 위해 공개경쟁에 다시 응했다. 성실히 근무한 덕분에 다시 5년이 연장됐다. 이번엔 임기제 7급으로, 사실상 직급이 올랐다. 인사과에서 제시한 연봉계약서를 본 ㄴ씨는 기가 찼다. 5년차 때 받던 월급여 410만원이 6년차에 50만원 깎인 360만원이었다. ㄴ씨는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ㄱ씨와 ㄴ씨처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정규직 공무원에 견줘 차별을 받는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좌절하고 있다. 자치단체와 정부가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보거나 정원 밖의 인원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시 지속 업무 담당 계약직(기간제) 노동자와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추진 중이다.

임기제 공무원들은 자신이 정규직 공무원이라는 자치단체의 설명에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길어봐야 5년마다 한번씩 고용계약을 갱신하는데, 이마저도 안 되는 때가 잦다. 전북의 임기제 8급 간호사는 “지난 16년 동안 내가 아는 것만 해도 2명의 임기제 직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것도 없는데 나갔다. 그걸 본 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서 일하는 임기제 공무원은 “나는 보수를 올리지 않아도 된다. 승진을 시키지 않아도 좋다. 가슴 졸이지 않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고용보장이 되는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전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가려면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 충남의 한 30대 간호사는 “아이가 둘이어서 육아휴직을 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한다. 동료 1명은 출산휴가를 갔다가 복직했으나 육아휴직을 할 수가 없어서 그만뒀다. 휴직 중일 때는 재계약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음껏 출산할 수 있도록 권장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거꾸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일하는 임기제 30대 여성은 “출산 뒤 육아휴직을 6개월 사용하고 싶었으나 상사가 ‘임기제여서 안 쓰는 게 좋겠다’고 해 포기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못 가는 것은 아니지만 재임용을 받아야 하는 임기제라면 누가 감히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육아휴직을 썼다가 재계약에 실패한 여성 임기제 공무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보건소에서 임기제로 근무하다 계약갱신에 실패한 ㄷ(34)씨 사례다.

“2010년 한 구청의 임기제가 된 뒤 저출산대책사업 담당을 했어요. 5년차인 2014년 아이를 가져 3개월의 출산휴가에 이어 6개월 육아휴직을 다녀왔죠. 그 뒤 신규임용경쟁에 응시해 면접을 봤는데 면접관 1명이 ‘둘째를 가지면 육아휴직을 가겠느냐’고 묻더군요. 그 전에 보건복지부가 수여하는 기관상을 받았고 근무성적이 좋았는데, 결국 탈락했어요. 육아휴직을 다녀온 것이 이유라고 생각해요.”

ㄴ씨처럼 임기제 공무원들은 계약을 갱신할 때 직전 해에 비해 임금이 깎이기도 한다. 부산시의 임기제 직원은 “5년이 지나고 새로 계약서를 쓰면 앞선 임기 5년 동안의 2~3년차 수준의 연봉이 책정된다. 5급 이상 임기제는 고액 연봉이라고 볼 수가 있지만 대다수인 6급 이하 직원은 호봉제가 아니어서 실제 급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 임기제 공무원 5236명 가운데 6급 이하 직원이 4092명(78.2%)이다.

조용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 고용안정특별위원장은 “임기제 모두를 한꺼번에 정규직화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임기제가 정규직이 아닌데 자치단체와 정부가 정규직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짚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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