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는 이른바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안정적인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선정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밟기로 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가 문닫은 감귤원에 감귤 농사 대신 전국에서 처음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농가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추진한 이른바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가 비틀거리고 있다. 제주도는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한국테크, 원웅파워)의 사업자 선정 취소 청문을 오는 28일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도는 지난 13일까지 사업자 쪽에 사업비 770억원의 조달 계획 등 금융약정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검토 결과 투자의향서만 제출하는 등 안정적인 금융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워 사업자 선정 취소 절차 진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올해 초부터 제주도와 협의 없이 20년 책임 운영 및 핵심 부품인 태양광 모듈 등 주요 사업내용을 임의 변경하고 이로 인해 금융조달이 지연되는 등 안정적인 사업 진행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도는 청문 전에라도 참여기업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금융약정체결 등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확인되면 선정 취소 절차를 유보해 사업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우건설 쪽이 사실상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5천평(1㎿ 규모)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20년 동안 연간 51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해 9월 기자회견에서 “이 비즈니스 모델은 일종의 ‘태양광 연금’이다. 법률적으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해 농가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며 “전국에 큰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업은 폐원한 감귤원이나 부적지 감귤원 등을 활용해 농지를 빌려준 농가에 20년간 확정된 순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태양광 전기농사 공모에 111개 농가가 참여하고, 지난 3월까지 85농가가 40㎿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농가의 감귤원 평균 면적은 9220㎡(2789평)이며, 가장 큰 감귤원은 5만7080㎡(1만7266평)이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까지 2㎿짜리 사업이 끝나고, 올해 4월에는 사업에 착공해 내년 6월까지는 모두 가동할 계획이었다. 또 지난달 2차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었으나 아예 공고조차 내지 못하는 입장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행정기관이 고수익 보장을 홍보해 많은 농가가 관심을 보여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사업추진도 하지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 행정기관을 믿을 수 있느냐. 농가들은 농지에 아무런 시설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비난이 나온다. 도 관계자는 “요구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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