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지역 시민단체가 익산역광장에서 평화의소녀상을 세울 수 있도록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익산 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 제공
“익산역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전북 익산역광장에 평화의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익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쪽에서 이를 허가하지 않자, 서명운동 등을 펼치며 허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익산지역 96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익산 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는 24일부터 익산역광장에서 불허취소 촉구 서명운동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추진위는 코레일이 계속 허가하지 않으면 27일 저녁 7시 익산역광장에서 시민보고대회를 열고, 28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추진위는 최근 익산시를 통해 코레일 전북본부에 공식문서로 협조요청했지만, 코레일 쪽은 ‘곤란하다’고 회신했다.
추진위는 “익산역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 지금의 위치에 세워져 호남관문이자 일제수탈의 현장으로 민족의 아픔을 함께해온 역사적인 장소다. 특히 이땅의 젊은 청년들이 강제징집돼 전쟁터로, 어린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려고 강제로 열차에 태워졌던 고난의 현장”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시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4.4%가 역사성 때문에 익산역광장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익산시는 추진위가 공원 등 다른 장소를 원하면 적극 협조할 계획이지만, 추진위가 다른 곳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익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월 추진위를 꾸려 시민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모금운동을 펼쳤다. 애초 7천만원을 목표했으나 모금액이 8천만원을 넘어섰다. 추진위는 소녀상뿐만 아니라 추모시비도 설치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예정대로 8월15일에 제막식을 계획하고 있어 물리적인 충돌 우려도 있다.
익산 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가 지난 20일 익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의 입장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익산 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 제공
송태규 상임대표는 “코레일 쪽에서 익산역광장에 소녀상을 세우면 고객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하고, 다른 지역에서 선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으나 광장 한 켠에 건립하기 때문에 불편을 초래할 이유가 없고, 익산역은 조선의 소녀와 청년들이 강제로 끌려갔던 역사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코레일 전북본부는 “3·1운동기념탑 등 익산역광장에 4개의 탑이 있는 데도 관리가 안 되는 데다가, 주차장으로 구조가 바뀌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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