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주재 제주4·3중앙위 전체 회의 6년 6개월 만에 열려
희생자 및 유족 추가 결정…유족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희생자 및 유족 추가 결정…유족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다행이지요.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느낌입니다.”
전화기 너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김명원(85)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평생 마음 한쪽에 두고 있던 동생 김명문(당시 3살)의 억울한 죽음을 정부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살고 있었다. “토벌대가 총을 쏘며 다가왔어요.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부모님도 살기 위해 피신했습니다. 아버지는 동생(당시 6살)을 업고 뛰고, 어머니는 갓난 동생을 업고 뛰었어요. 15살이던 저보고 명문이를 안고 오라는 것을, 두려워 동생이 있는 줄을 잊어버렸습니다.” 토벌대가 돌아간 뒤 가보니 막내동생은 죽어 있었다. 김씨는 “나중에야 4·3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리지 못한 데 대한 원한이 마음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중앙위) 전체회의를 열어 4·3 희생자 및 유족으로 238명을 추가 결정했다. 이로써 4·3중앙위가 인정한 4·3희생자는 모두 1만4232명, 유족은 5만9426명이 됐다. 희생자 결정을 위한 위원회 개최는 2014년 5월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4·3중앙위 전체회의가 열린 것은 2011년 1월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이 총리는 회의에 앞서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드린 바 있다"며 “오늘은 그동안 미뤄졌던 심의를 매듭짓도록 필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 위원회가 소집됐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과 민간 위원 15명이 참석했다.
제주 쪽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달 만에 4·3중앙위 전체회의가 열림으로써 새 정부의 과거사 해결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4·3흔들기가 진행되면서 총리 주재의 4·3중앙위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희생자로 신청한 후유장애인 한명이 세상을 뜨기도 했다.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은 “정부가 그동안 미적대 얼마나 유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 4·3희생자 결정을 한 것을 계기로 4·3문제 해결에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희생자 추가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찬식 제주학센터장은 “이번 4·3희생자 결정이 재개됨으로써 과거사 해결의 최종 매듭을 짓게 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반겼다.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에 희생자 결정을 요청해왔으나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던 사안이다.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답을 줘 크게 환영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4·3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호준 김지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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