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106일째 고공농성 중인 전영수·이성호(왼쪽부터)씨. 전영수·이성호씨 제공
‘하청 노동기본권 보장’과 ‘블랙리스트 철폐’ 등을 요구하며 울산 북구 염포동 성내고가차도 20m 높이 교각 위에서 장기간 고공농성을 벌여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 전영수(42), 대의원 이성호(47)씨가 하청 노사간 합의로 농성 107일째 되는 26일 농성을 푼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5일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사내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고공농성자 2명을 비롯해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4명의 고용승계 문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이들 4명을 오는 9월까지 현대미포조선의 사내협력업체에 고용 승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씨와 이씨는 26일 오후 1시30분께 교각 위에서 내려와 농성을 풀기로 했다.
이들 4명은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로, 지난 4월 소속 업체가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업체에 속했던 70여명의 노동자 대부분이 다른 업체로 고용이 승계됐지만 이들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배제됐다. 이에 전씨와 이씨 등 2명은 지난 4월11일 새벽 5시께 교각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교각에 오르기 전 현대중공업에도 찾아가 하청업체에 이력서를 냈지만 원청 현대중공업이 직접 막아 채용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하청지회 조합원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구조조정과 물량감소를 이유로 고용승계에서 배제하고, 개별 구직을 통한 취업조차 막는다”며 농성 중 줄곧 블랙리스트 철폐와 하청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일단 고공농성자의 생계문제와 직결된 고용승계 문제가 합의됨에 따라 농성자들의 건강과 안전 등 문제를 고려해 장기간 이어온 고공농성을 풀게 됐다. 블랙리스트 등 남은 문제는 내려와서도 지역 노동계와 연대해 계속 싸워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6일 오후 1시30분 교각 농성장에서 전씨와 이씨의 고공농성 해제와 긴급환영집회를 열기로 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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