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마당페스티벌의 개막놀이에 등장하는 목포 명물 옥단이 세계마당아트진흥회 제공
“옥단어~옥단어~, 춤 한 번 춰 보랑게.”
일제 강점기 목포의 명물이던 ‘옥단이’가 다시 목포에 온다. 3~6일 열리는 올해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첫 무대는 목포의 처녀 옥단이가 장식한다. 세계마당아트진흥회는 이날 개막 놀이를 ‘옥단아 놀자’로 연출한다. 목포의 물지게꾼 옥단이가 5m 높이의 인형으로 변신해 거리행렬을 이끈다. 시민 배우들이 옥단이물지게, 옥단이몸빼(왜바지), 옥단이다라이(함지박) 등 지난 시절의 우스꽝스러운 행장을 하고 뒤따른다. 200여명이 다양한 옥단이의 모습으로 춤추며 한바탕 난장을 펼친다. 옥단이를 따라 공연참가팀과 목포풍물패도 빛의 거리에서 마인계터까지 거리행렬을 펼친다.
옥단이는 일제 강점기 목포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유달산 자락 달동네 비탈길을 마다치 않고 골목 안까지 물을 길어다주고, 허드렛일로 인정을 베풀며 곳곳을 누볐다. 가진 것이 없고 바보스럽지만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순박한 처녀였다. 이런 옥단이를 유달산·삼학도·유달해수욕장 등과 더불어 목포의 4대 명물로 꼽기도 한다.
목포 출신 극작가 고 차범석(1924∼2006)은 옥단이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말년인 2003년 희곡 <옥단어>를 쓰기도 했다. ‘옥단어’는 말끝을 길게 늘여 빼며 사람 이름 ‘옥단’을 장난스럽고 친근하게 부르는 토박이 말투다. 차범석은 “옥단이는 만인의 벗이었다. 천대받으면서도 끈질기게 버티며 남을 위해 베풀다가 생애를 마친 불행한 여인 옥단은 우리 민족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연출가 손재오씨도 “옥단이는 신체가 부자유스러웠지만 영혼은 순박하고 맑았다. 빡빡한 일상의 긴장을 벗어나 하루라도 순수한 세계로 돌아가보자는 뜻으로 옥단이를 현대에 불러냈다”고 말했다.
올해 목포마당페스티벌은 나흘 동안 원도심 일대에서 국내외 프로그램 100여개로 진행된다. 관람료는 없다. 휴가철 방문객을 위해 얼음조각 만들기, 만인계 추첨, 갱번 마당놀이, 근대역사 벽화놀이, 어린이수군 교대식 등 체험행사를 곁들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