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신동아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이 원격 상담시스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이재근(75·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씨는 만 65살이 넘었지만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않았다. 그동안 취업을 해서 번 소득이 기초연금법의 수급 기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올해 직장을 그만둔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기초노령연금 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동사무소를 방문해 제출하는 서류를 이씨는 어떻게 경로당에서 작성하고 제출했을까.
지난 3일 오후 이씨가 사는 해운대구 반여동 신동아아파트 경로당을 찾았다. 10㎡ 남짓한 경로당에 들어서니 벽에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안내문 아래엔 동사무소 모습을 찍은 펼침막이 걸렸다. 동사무소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펼침막 앞에는 등신대(사람의 크기와 같은 그림)가 세워져 있었다. 가상의 동사무소 직원이다.
등신대 앞에 앉고 스위치를 눌렀다. 스위치가 켜지면 동사무소 직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상담 요청이 왔다는 신호음이 나고 대화를 시작한다.
주민이 하는 말은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전달된다. 동사무소 직원은 주민의 얼굴을 보지만 주민은 동사무소 직원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주민이 얼굴을 보면서 상담하는 것을 꺼려서 일부러 모니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동사무소 직원이 외출을 나가더라도 휴대전화 앱을 통해 주민과 상담할 수가 있다.
대화를 통해 복지 수급 대상자라고 판단되면 동사무소 직원은 등신대 옆의 서류함 속에 있는 서류 가운데 필요한 것을 안내하고 서류 작성을 도와준다. 서류는 날마다 평일 오후 5시 동사무소 직원이 가져간다. 상자는 자물쇠가 있어서 열쇠가 없으면 서류를 볼 수가 없다. 동사무소 직원이 가져간 서류가 심사에서 통과되면 서류를 신청한 주민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는 무인 원격상담센터와 같다.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주민이 동사무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서비스수당, 보육·양육다자녀가정서비스 등 모든 복지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한다. 해운대구는 지난달 말 신동아아파트 경로당과 반여1동 43번 버스종점의 폐 공중전화부스에 전국 최초로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를 설치했다.
이씨는 “폭염이나 날씨가 추울 때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동사무소를 방문하지 않아서 무척 편리하다. 복지서류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등본 등 행정서류도 같은 방법으로 서비스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능형 영상복지상담센터는 집 거실 등에 설치하는 홈폐회로텔레비전(cctv) 장비를 사용한다. 센서가 달린 카메라가 대당 10만원 미만이어서 비용 부담이 적고 다중이용시설의 작은 공간 등 어디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런 강점 때문에 해운대구는 아파트 경로당 전체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약수터와 공원 등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를 개발한 반여1동사무소의 안형진(사회복지사)씨는 “우체국 집배원이 우편물을 수거하고 배달할 때 경로당에 잠시 들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업무가 늘어나겠지만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동사무소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화를 내시고 돌아가시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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