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세계 대학생 평화아카데미를 찾은 대학생들이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경부고속도로 황간 나들목을 나와 영동 쪽으로 5분 남짓 달리면 쌍굴다리가 나온다. 다리 곳곳에는 흰색 동그라미, 네모, 세모가 그려져 있다. 한국전쟁 초기 미군의 무차별 폭격·사격이 있었던 곳이다. 세모는 총알, 네모는 탄흔, 동그라미는 포탄 흔적을 지금도 안고 있다.
노근리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등록문화재 59호)다. 다리 건너에 노근리 기념관, 위령탑, 평화공원이 조성됐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전쟁의 상흔을 넘어 평화 교육 성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노근리 사건 합동 위령제에 이어, 평화 백일장, 인권 평화 캠프·학술제 등을 잇따라 열고 있다.
지난해 8월 노근리 평화기념관을 찾은 세계 대학생 평화아카데미 참여 학생과 학자들.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미래 세계 평화 지도자를 꿈꾸는 대학생 30명이 7일 오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10일까지 10회 세계 대학생 평화아카데미를 연다. 일본 학생 16명, 중국 3명, 한국 2명 등 10개국 30명이 참가했다. 이들 대학생은 노근리 국제평화재단과 업무교류협약을 한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의 국제화 네트워크 등을 통해 선발했다. 이들 속에는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박정아씨도 있다. 박씨는 노근리 사건과 인권을 다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노근리 사건 현장 답사, 노근리 평화기념관 방문 등에 이어 정구도 노근리 국제 평화재단 이사장, 로이 타마시로 미국 웹스터 대학교수, 카즈요 야마네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명예 교수 등의 인권·평화 특강을 수강한다. 영동 난계 국악박물관, 와이너리 등 영동지역 명소 탐방도 이어진다. 평화교육 모모 프로젝트 이대훈 교수 등이 진행하는 평화워크숍과 평화 토론회도 열린다.
이어 10일엔 제주로 건너가 제주 4·3을 만난다. 제주 4·3평화공원 답사를 통해 4·3의 원인과 전개, 피해 등을 살펴볼 참이다. 노근리 평화공원과 제주 4·3평화공원은 업무 교류 협약을 통해 2015년부터 대학생 아카데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구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전쟁·학살의 상처를 함께 안고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과 제주 4·3평화공원이 세계 평화를 이끄는 미래 지도자를 키워내는 아카데미다. 이와 함께 두 평화공원이 인권과 평화의 메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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