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이 지났지만 우장춘 박사가 만든 나팔꽃 표본은 아직도 그 모양과 색상이 생생하게 잘 보존되어 있었다. 나팔꽃의 종별 씨앗 채집과 발아율 등을 조사하고 그 특성을 그림으로 자세히 기록한 <연구노트>와 잡종식물들의 유전자 구성을 세세히 기록한 <나팔꽃 교배야장> 등은 유전학자 우장춘(1898~1959) 박사의 작업일지이자 초기 세포유전학 연구 방향을 보여주는 자료다.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나팔꽃 유전에 관한 연구 기록물이 서거 58주기(10일)를 기려 8일 국가기록원에 기증됐다.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나팔꽃 조사야장(조사노트) 4권, 우장춘 박사 소장 나팔꽃 고서 3권, 1936년 나팔꽃 조사용 자료 7매 등 총 713점이다. 당시 일본유전학회에서 발간하던 학회지도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지난 2년간 우 박사의 장남인 스나가 모토하루를 설득해 자료를 전달받았고, 이를 이번에 국가기록원에 다시 기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팔꽃 유전자를 기록한 작업일지 <교배야장>. 행정안전부 제공
‘씨 없는 수박’으로 널리 알려진 우 박사는 일본에서 학위를 마치고 1950년 한국으로 건너와 무, 배추, 양파 등 채소 교배를 통한 신품종 육성에 주력해 식량자원 자급에 기여했다. 그는 원래 나팔꽃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해왔으나 1930년 화재로 연구자료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그 뒤 새롭게 유채꽃 연구를 시작해 36년 ‘종의 합성’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적인 육종학자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에 빛을 본 연구 자료는 1931~39년 기록물로 그가 화재 뒤에도 나팔꽃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음을 보여준다. 기증된 자료는 보존처리를 마친 뒤 11월에 시민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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