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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유신 상징 ‘남산 중정’ 일본군 관사터에 지어져”

등록 2017-08-16 09:59수정 2017-08-16 21:27

안기부 건물 해체 중 일본산 화강암 등 발견
“일제~군사독재로 이어지는 폭압정치 중심”
서울시, 고문실·관사터 흔적 남겨 전시실로

철거가 진행된 서울 중구 예장동 중정 건물터. 서울시 제공
철거가 진행된 서울 중구 예장동 중정 건물터. 서울시 제공
지난해 8월 서울시는 남산 중앙정보부(중정) 6국으로 쓰였던 건물 터에서 화강암과 벽돌로 된 집터 흔적을 발견했다. 올해 4월 문화재청은 이곳이 일제강점기 옛 조선통감부 관저 터(중구 예장동 2-1번지) 바로 앞마당에 있었던 일본 군인들의 관사였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은 기존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중정 건물을 지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공포정치의 대명사 ‘6국’ 건물이 된 것이다. 중정의 6국은 특수정보활동을 담당했다. 1980년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이 바뀐 뒤에도 이 건물 지상에선 조사를 하고, 지하 1·2층에선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고문과 취조가 자행됐다.

빨간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과 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질 ‘기억6’ 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빨간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과 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질 ‘기억6’ 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15일 서울시는 군부독재의 고문수사가 이뤄졌던 곳에 ‘기억6’이라는 이름의 지상 1층, 지하 1층의 광장과 전시실을 2018년 8월까지 새롭게 꾸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건물을 허물고 고문 희생자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일본군 관사터가 발견됐다. 300㎡ 넓이 광장 한켠엔 지하로 연결되는 100㎡ 면적의 전시실이 들어선다. 건물 벽엔 중정 건물을 지탱했던 철근을 녹여서 ‘기억6’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붙인다. ‘기억6’은 중앙정보부 6국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뜻이다. 학계에선 이 건물을 그대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과 경관 회복을 위해 6국 건물을 헐었다. 대신 광장과 전시실을 만들면서 지하 취조실과 일본 관사의 흔적을 이전·보관했다가 다시 이곳에 복원하기로 했다.

해체를 앞둔 남산 중정 건물 지하실. 서울시 제공
해체를 앞둔 남산 중정 건물 지하실. 서울시 제공
특히 60·70년대 민청학련과 인혁당 등 군사정권의 용공조작으로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고통받은 30㎡ 넓이의 지하 취조실 출입문과 벽면, 바닥은 원형 그대로 해체해 지하 전시실에 똑같은 넓이로 재구성된다. 다시 옮겨지을 수 없는 지하실의 다른 자재들은 모두 광장 바닥에 깔기로 했다. 전시실 앞마당엔 일본군 관사 터에 쓰였던 화강암과 벽돌들이 깔린다. 일본 신사에서 옮겨왔을 것으로 추측되는 자재들이다. 광장에는 작년 8월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이 세워지고, “첫번째 기둥은 기억의 뿌리다”와 같이 기둥마다 고통의 역사를 기억해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가 새겨진다.

전시실 기획에 참여했던 서해성 작가는 “중정이 일제의 군인 숙소에 자신들의 본부를 세운 것이 과연 우연이었겠느냐. 대부분 일본 군인 출신이었던 그들이 비밀정치의 본거지로 다시 이곳을 택했을 것”이라며 “이곳은 일제와 독재가 같은 유전자로 이어지는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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