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등 부산의 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찬성하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울산·경남의 교수 300여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면서 탈원전을 반대하는 원자력산업계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지난달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전국 60개 대학 공대 교수 400여명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김해창 경성대 교수 등 탈원전을 지지하는 부산의 교수들은 2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선언문을 내어 “부산·경남·울산의 교수 300여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 과정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묻는 공론화과정과 결론이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바란다. 탈원전을 반대하는 원자력산업계에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교수는 부산 15개 대학 234명, 울산 1개 대학 14명, 경남 6개 대학 37명 등 22개 대학 285명과 김익중 동국대 교수 등 부산·울산·경남권 대학이 아닌 지역의 대학교수 22명이 함께해 모두 307명에 이른다.
이들 교수는 선언문에서 원자력업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적 추세에 견줘 늦다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뒤 원자력을 줄여가면서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원자력에 의한 세계 전기 생산 비중이 1990년대 초 최고 17%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현재 10%를 유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 비중은 약 25%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견줘 우리나라는 40여년 동안 원전 확대 정책을 펴서 현재 전체 전기의 30%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한 결과로 원자력에 견줘 2.5배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세계의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 비중은 해마다 1%씩 증가하고 있으므로 5년 뒤에는 세계 전기생산량의 3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추세를 지속한다면 25년 뒤에는 전세계 전기생산량의 50%를 재생에너지가 감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원자력은 사양산업이고 재생에너지는 성장산업이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또 “탈원전이 되면 대규모 정전사태와 전기요금이 폭등한다는 원자력업계의 주장도 거짓이다. 이는 정부의 해명자료와 과학적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무한대의 충분한 에너지이며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국산에너지다. 에너지 국외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국산에너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수입 대체효과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줄 것이고 고용 효과도 원자력에 견줘 5배 이상이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시민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거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한 적이 없었는데 공론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에너지정책 결정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수들은 공론화과정을 비판하는 원자력업계의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원자력업계는 에너지 정책을 국민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은 원자력 산업과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이 국민의 공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좌관 교수는 “공론화과정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 공론화의 결론이 찬반뿐만 아니라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서 대다수 국민이 동의 가능한 대안을 도출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해창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원전에서 반지름 30㎞까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고리원전 반지름 30㎞ 안에 부산·울산·경남의 주민 380만명이 살고 있다. 지역주권과 에너지 분권 차원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여론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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