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가짜 가상화폐 ‘헤지 비트코인’ 투자사기
“6개월에 두 배 주겠다” 속여 투자자 모집
경기남부경찰, 4명 구속·22명 입건, 3명 송환 중
주범은 필리핀 도피한 3천억원대 다단계 사기범
“6개월에 두 배 주겠다” 속여 투자자 모집
경기남부경찰, 4명 구속·22명 입건, 3명 송환 중
주범은 필리핀 도피한 3천억원대 다단계 사기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3만5000여명에게 1천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가상화폐 사기 피해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가짜 가상화폐 ‘헤지 비트코인’ 사기단 국내 모집책 권아무개(45·여)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아무개(62)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필리핀에서 범행을 총괄한 마아무개(45)씨와 전산 분야 담당자 등 3명을 현지 수사기관과 함께 붙잡아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으며, 달아난 공범 2명을 인터폴에 수배했다고 덧붙였다.
마씨 등은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와 경기도 성남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3만5천여명으로부터 15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물품구매 또는 매매가 불가능한 ‘헤지 비트코인’을 내세워 “6개월 만에 2배 이상의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투자자들끼리 양도·양수가 가능하도록 ‘에프엑스(FX)코인’, ‘에프엑스888’, ‘이노션빅’ 등 온라인 거래소까지 운영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서울 강남, 경기도 수원 등 전국 22곳에 지역 센터를 개설해, 사업설명회를 여는 한편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투자금의 15∼35%를 지급하겠다”고 꾀어 투자자를 늘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기단 총책 마씨는 2006년 3200억원 규모 통신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당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위조여권으로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밀항한 뒤, 사기 범행을 이어오다가 이번에 검거됐다. 그는 현지에서 무장한 개인 경호원을 두고, 고급 저택에서 호화생활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마씨는 지난 11년간 필리핀 당국에 불법체류로 2차례 검거된 적이 있지만, 허술한 감시를 틈타 매번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 경찰과 공조해 마씨의 개인 경호원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고급 호텔에서 검거작전을 벌였다. 이번 사기사건 관련자는 개별 고소사건을 수사한 검찰 등이 검거한 피의자까지 합쳐 5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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