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문화비축 기지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 맞은 편 매봉산 자락에 있는 석유비축기지는 41년 동안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1974년 4차 중동전쟁으로 1차 석유파동이 나자 서울시는 이곳에 지름 15~37.7m, 높이 15m, 50㎝ 두께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싼 거대한 석유탱크 5개에 6970만ℓ 석유를 비축했다. 근처 난지도 쓰레기장에 불이라도 날 때면 당시 비축기지 인부들은 서울시민들이 1달을 버틸 수 있는 분량의 가솔린, 디젤, 벙커시유가 가득 채워진 이곳 기름통까지 옮겨붙지 않을까 해서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1993년 난지도 쓰레기처리장이 폐쇄되고, 2000년 비축기지가 폐쇄된 뒤에도 이곳은 오랫동안 쓸모를 찾지 못한 채 닫혀 있었다.
9월1일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복합공간으로 변신을 마치고 시민에게 문을 연다. 14만22㎡ 넓이의 기지에 공연, 장터, 축제, 전시가 열리는 6개의 기름탱크처럼 생긴 건물들이 들어섰다. 문화공간으로 개조된 5개 기름탱크(티1~티5)들은 원래의 모양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고, 6번째 건물(티6)은 철거한 탱크들의 철판과 자재를 외벽에 붙여 만들었다. 서울로 7017에 이어 서울시의 두번째 재생공원이고 산업시설을 재활용한 공간으로는 최대 넓이다.
기름탱크를 철거한 T1은 유리로 원래 탱크 모양을 그대로 살린 건물을 지었다. 서울시 제공
원래 가솔린 301만ℓ가 저장됐던 첫번째 기름탱크 티(T)1은 완전히 해체되고 기름통 모양을 간직한 유리건물이 됐다. 매봉산 암벽이 그대로 보이는 이 유리 탱크는 어린이 놀이나 실내운동을 하는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해체된 티2 건물은 동그란 광장이 됐다. 세번째 기름탱크 티3는 그대로 남겨두어서 좁은 난간으로 올라가볼 수 있도록 했다. 티4, 티5는 기름탱크를 칠하고, 건물을 덧붙여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만들었으며, 티6은 회의장, 강의실, 카페로 쓰인다.
철거된 탱크들의 철판을 해체, 재조립한 T6건물. 서울시 제공
문화공간으로 개조된 석유비축기지는 석유자원 위주의 개발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건물들은 땅에서 나는 지열로 냉난방을 하고 중수처리시설이나 빗물로 물을 쓴다. 9월1일 문을 열면 예전에 석유탱크를 관리했던 기술자가 관람객들을 안내하는 기지 투어도 예정됐다. 기지 탱크들과 가운데 자리한 문화마당에선 서커스 공연, 우쿨렐레 페스티벌, 자전거 음악축제, 도시농부 시장 등 12월까지 행사가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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