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제주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모관’이라는 말이 있다. 옛 제주의 행정도시인 ‘제주목 안’을 모관으로 불렀다.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동문, 서문, 남문 안을 ‘성안’ 또는 ‘모관’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쇠락해가는 모관을 살리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 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조금씩 거리가 꿈틀대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사장 강정효)이 9월2~30일 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 일대에서 여는 ‘모관골목축제’는 원도심을 살리고,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매주 개막데이, 힙합 앤 디제이데이, 동네데이, 어쿠스틱 앤 재즈데이, 폐막데이로 구성돼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엄마와 함께 하는 어린이 장터, 주민노래자랑, 제주청년협동조합이 진행하는 ‘우리 동네 라디오-마실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도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진행된다. 매 공연은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간다. 북초등학교와 남초등학교 학생들의 공연, 삼도2동 민속보존회, 밴드피아, 이종혁밴드, 삼도2동 주민들의 ‘힙합으로 말해봐’ 등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어우러져 무대를 꾸민다. 삼도2동 무근성의 옛 모습을 보며 추억할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강 이사장은 “주민들이 관객이 아닌 주제가 돼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삼도2동을 머물고 싶은 교류의 공간으로 만들어 삶의 여유와 문화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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