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 놓인 꽃항아리가 깨지는 등 이 소녀상은 일부 몰지각한 시민에 의해 잇따라 훼손되고 있다. 창원/최상원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전국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일부 시민들에 의해 잇따라 훼손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녀상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조례를 만드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3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인권자주평화다짐비)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정아무개(3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자신의 자전거를 소녀상 다리에 묶어 두고, 아침 8시10분께엔 소녀상 앞에 있는 꽃항아리를 던져서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4일에도 소녀상에 자신의 자전거를 묶어둔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자전거를 가지러 소녀상에 다시 가보니, 자전거 타이어 바람이 빠져 있어 홧김에 항아리를 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용변을 보고, 안내판을 부수는 등 오동동 소녀상은 이미 여러 차례 훼손을 당했다. 2015년 8월 설립 당시엔 일부 상인들이 소녀상 설립 예정지에 차량을 무단주차해 소녀상 설립을 방해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왕산역사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얼굴을 날카로운 물체에 긁힌 상태로 발견됐다. 상주경찰서는 소녀상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소녀상을 훼손한 사람을 찾고 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옆에 세워진 소녀상도 쓰레기를 버리거나 자전거를 묶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에게 수모를 겪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해당 지방자치의회가 나서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관리 의무를 맡기는 방식의 조례를 잇따라 도입하는 것도 눈에 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6월30일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부산에 세워진 소녀상 3개를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서울 종로구도 지난 7월1일 ‘종로구 도시공간 예술 조례’를 개정해,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함으로써 함부로 훼손하거나 철거할 수 없도록 했다. 강원 원주시는 지난해 말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조성했고, 충북 제천시는 지난 3월 기부채납 받은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도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의 이경희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거나 역사의식이 전혀 없는 일부 시민이 소녀상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본다. 하지만 훨씬 많은 시민이 겨울이면 모자·목도리를 씌워주고, 비가 오면 비옷·우산·신발 등을 가지고 오는 등 소녀상을 아끼며 스스로 지켜주고 있다.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에 지자체의 책임까지 더해진다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는 소녀상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