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녹지국제병원 조감도.
제주 영리병원이 건물을 완공하고 최근 개설 허가 신청을 제주도에 접수해 이르면 하반기에 국내 첫 영리병원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건의료단체 등은 그동안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 공공성 토대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온 터라 제주도의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제주도는 중국 뤼디(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신청서를 최근 접수해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자본금 준수, 외국인 지분, 시설, 의료인력 정원 등 요건 충족 여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사업계획서 승인사항, 구비서류 확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개설 허가 때 내는 제출서류는 법인등기부등본 및 정관, 건물 평면도 및 구조설명서, 진료과목과 과목별 시설, 정원 등의 개요설명서, 의료인력 및 행정인력 운영계획 등이다.
도는 개설 허가 요건이 맞으면 현장 시설조사와 검증 절차를 거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도는 1일에는 보건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하는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외국의료기관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12월18일 국내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으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바 있다. 중국 뤼디그룹이 778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지은 녹지국제병원은 2만8163㎡의 터에 지상 3층, 지하 1층에 46병상 규모로 지난달 하순 완공했다. 병원 쪽은 가정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미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모두 134명의 의료 및 행정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 가운데 80%인 108명이 제주 출신이다.
도 관계자는 “자본금과 외국인 투자 지분 등을 확인했고, 현장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6일까지여서 차기 심의위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9월 말께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영리병원(외국 의료기관) 설립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제주지역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도지사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한다며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고 있어 개설 허가를 앞두고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앞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수렴 창구인 광화문 1번가를 통해 녹지국제병원의 비영리병원 전환을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녹지국제병원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통째로 병들게 할 것이다. 이제는 녹지국제병원 중단으로 영리병원 논란도 종식돼야 한다”며 뤼디그룹에는 개설심의 요청 철회를, 원희룡 지사에게는 개설 허가 불허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의료영리화로 인한 고통과 불안을 국민에게 주지 않겠다”며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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