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대중교통이 전면 개편된 가운데 버스 뒤쪽에 부착한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 문구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
제주도 내를 운행하는 버스 뒤쪽에 이렇게 붙어 있는 문구를 보는 이들은 한 번쯤 “이게 뭐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난달 26일 제주지역의 대중교통체제가 전면 개편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제주도 내 대부분의 버스에 이 문구가 붙어 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저마다 해석하려고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하는 이는 드물다. 심지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한 시민은 제주도청 인터넷 누리집에 글을 올렸다. 강아무개라고 밝힌 이 누리꾼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요. 전라남도 사람? 경상남도 사람? 아님, 관광객? 무슨 의도로 이런 문구를 쓰신 것인지도 전혀 모르겠어요”라며 “이제껏 들어본 적도 없는 말 ’제주도 이웃’, 그렇게 쓸 말이 없었나요”라고 올렸다.
제주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애초 대중교통 전면 개편과 함께 제주도 내 버스 랩핑 디자인을 맡았던 회사에서 버스 뒤쪽에 들어갈 문구를 제안했다고 한다. 도는 애초 뒤쪽에 버스 바퀴와 함께 ‘제주버스’ 로고를 넣기로 했다가 회사 이름과 혼동을 줄 우려가 있어 이 문구를 택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모두가 가족이고 이웃으로 서로 배려하자는 의미로 작성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웃이고, 도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양보운전을 하자는 의미도 담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부 주민들도 문제를 제기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문구에 문제를 제기한 김아무개(48·제주시)씨는 “차라리 양보와 배려 등의 의미가 있는 제주어 문구를 다양하게 담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대중교통체제 전면 개편 홍보 유인물에 사용한 ‘30년 만에’라는 표현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호준 기자
도가 대대적인 개편을 하면서 각종 홍보 유인물에 들어간 ‘30년 만의 전면 개편’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전에 대중교통체계가 전면 개편됐다는 것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는데 공무원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각종 보도자료에는 ‘30년 만에’라는 표현을 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4일 주간정책회의에서 “30년 만에 대중교통체계개편이 시작된 지 1주일여가 지났다”며 ‘30년 만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 공무원은 “언제부터인지 ‘30년 만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버스노선의 부분 개편 등은 그동안 조금씩 있었다. 전면 개편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쓴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