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폭발사고’ 환기시설·방폭등 안전규정 어겨

흡·배기관 절반만 설치해 고농도 유해가스 쌓여
무자격자가 방폭등 분해·조립해 제 기능 못해

지난달 20일 폭발한 에스티엑스조선 선박 아르오탱크 내부 모습. 가운데 걸려있는 등이 방폭등이다. ‘에스티엑스 폭발사고 수사본부’ 제공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스티엑스(STX)조선 선박 탱크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환기시설과 방폭등은 애초 안전규정에 어긋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티엑스 폭발사고 수사본부’는 5일 창원해경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폭발사고를 일으킨 선박 아르오(RO)탱크에는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배기관 2개와 흡기관 1개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탱크 규모와 작업시간대 도료사용량 등을 고려할 때 최소 배기관 4개와 흡기관 2개를 설치해야 제대로 환기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에스티엑스 작업표준서에도 배기관 4개와 흡기관 2개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다. 따라서 사고 당시 아르오탱크 내부에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유해가스가 고농도로 조성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또 “폭발 방지 장치가 된 작업등인 방폭등은 인증받은 사람이나 업체만이 분해·조립할 수 있다. 그러나 아르오탱크에 설치된 방폭등 4개는 인증받지 않은 사람이 여러 차례 분해·조립한 것으로, 방폭 기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압력실험에서도 정상적인 방폭등이라면 견뎌야 하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 났다”고 덧붙였다.

환기시설은 원청업체인 에스티엑스가 직접 관리하고, 방폭등은 에스티엑스가 구입하고 협력업체인 ㅇ엔지니어링이 관리한다. 이 모든 것의 안전점검은 에스티엑스가 한다. 따라서 환기시설과 방폭등이 사고원인으로 결론 난다면, 에스티엑스와 ㅇ엔지니어링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는 “사고 직후 사망자들의 소속사인 ㅁ기업은 고용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에스티엑스는 자신들의 잘못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까지 종합해 오는 13~1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전 11시35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에스티엑스조선해양 4안벽에 접안한 상태로 건조 중이던 7만4000t급 석유화학물질 운반선의 폐유 등 잔존유를 보관하는 아르오탱크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당시 탱크 안에서 도장작업 중이던 김아무개(52)씨 등 에스티엑스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상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