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청계천 전태일다리를 찾아 전태일 기념상에 함께 헌화하고 있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곧 비준하리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도시 차원에서 먼저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 가입 25년이 넘도록 비준하지 않은 4개 협약이 이행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서울시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달라진 노동환경과 도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라이더 사무총장은 지난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라이더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께서도 협약 비준을 원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나마 우리는 어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노동기구는 1995년부터 노동권 핵심인 8개 기본협약에 대한 비준 운동을 해왔으며 한국에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등의 합법화를 계속 요구해왔다. 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여태 8개 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87호와 98호를 비준하면 공무원과 교사도 예외없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박 시장은 “결사의 자유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계층은 특수고용직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와 같은 이런 노동 약자들로 고용불안, 저임금 차별 속에서 자신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단결권이 필요한 그런 사람”이라며 기본협약의 의미를 말했다. 박 시장은 “앞으로 서울시는 대한민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 제반 조건을 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앙정부의 법제도 개선을 비롯한 실천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2006년 아태지역 총회 뒤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가이 라이더 총장은 “한국은 노동문제에 있어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동안 후퇴됐던 노동 과제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경영자 총연합회장, 한국노총·민주노총 대표들과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며 2015년부터 완전히 단절됐던 노사정 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 시장도 말씀하신 노동의 정교화,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등 누적된 문제를 정부·사업주·노동자 대표들이 대화로 해결책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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