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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위급할 때 필요한 긴급 주거지원 유명무실

등록 2017-09-06 16:10수정 2017-09-06 21:29

화재 등을 당했을 때 주거지원 필요하지만 대부분 몰라
자치단체 안내 소극적이고 대상자 선정 기준도 높아
대도시 재산총액 1억3500만원 이하만 가능해 ‘그림의 떡’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빌라에 살던 김아무개(46)씨 가족은 석 달째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앞집에 불이 나면서 발생한 매연이 집 안에 스며들어 장판과 벽지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고 빌라 복도 등도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은 지난 7월11일 오후 3시25분께 빌라 10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30분 만에 꺼졌지만 1명이 숨지고 김씨 가족 2명 등 4명이 구조됐다. 동사무소에서 김씨 가족에게 “임시숙소가 있다”고 했지만, 중학생 아들의 학교와 거리가 멀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현행 긴급복지지원법을 보면, 주 소득자의 사망이나 실직, 질병, 화재, 가정폭력 등으로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정부와 자치단체는 소득, 재산 등을 고려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게 돼 있다. 자치단체는 긴급지원담당자를 지정해서 긴급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대상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확인하고 곧바로 긴급지원을 해야 한다. 긴급지원 대상자인지를 따지기 전에 국가의 도움을 즉시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을 먼저 구호한 뒤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먼저 조처한 뒤 심사하는 것이 법 절차로 정해져 있다.

자치단체는 김씨 가족처럼 주거지원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길게는 1년까지 머물 임시 거소를 마련해야 하고 임시 거소가 없거나 긴급지원 대상자가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머무르지 않겠다고 하면 대도시에서는 38만2800원(1·2인 가구)~83만8900원(5·6인 가구), 중소도시에서는 25만900원(1·2인 가구)~55만1100원(5·6인 가구)의 월세를 길게는 1년까지 지원해야 한다. 연제구는 화재 발생 일주일 뒤에야 김씨 가족에게 주거지원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신청을 하라고 했다. 연제구가 화재 조사를 한 경찰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김씨 가족에게 안내한 것이다. 법 규정과 거꾸로다.

동주민센터 직원이 김씨 가족에게 임시숙소를 안내했지만 긴급복지지원법의 임시 거소가 아니었다. 재해구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마련한 임시 숙소였다. 재해구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긴급화재나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머물 곳이 없는 주민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는데, 재난을 당한 주민이 입주를 꺼리면 월세를 제공하지 않는다.

긴급지원 대상자의 기준도 까다롭다. 중위소득(전체 소득자 가운데 정확히 가운데 있는 이의 소득, 2017년 4인 가구 기준 월 446만7380원)의 100분의 75 이하, 재산의 합계액, 금융재산(500만원 이하) 등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산의 합계액은 토지와 건축물, 임차보증금 등의 일반재산에 금융재산을 더했을 때 1억3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도시의 경우 아주 가난한 주민이 아니면 대상자가 되기 힘든 구조다.

결국 김씨 가족은 주거지원 신청을 포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구청에서 화재사고 일주일 뒤에 안내한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시정조처를 하겠다. 재산의 합계액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으므로 기준액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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