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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업무 복귀 앞둔 집배원 또 숨져

등록 2017-09-06 20:23수정 2017-09-06 23:03

5일 오전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교통사고로 치료중인데 출근 재촉받아
유서엔 “두렵다…사람 취급 안 하네”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던 우체국 집배원이 업무 복귀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 쪽은 “우체국 쪽이 아직 아픈 사람에게 ‘빨리 출근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6일 “서광주우체국 소속 이아무개(54) 집배원이 전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고인에게 다시 업무로 복귀하라는 무리한 요구나 강압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씨는 지난 5일 오후 4시30분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은 이씨가 유서 등을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씨는 정규직으로 15년 동안 집배원으로 근무했으며 한 달 전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아오다 5일 소속 서광주우체국으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가족들은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데 출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집배노조 쪽은 “고인은 근무 중 교통사고로 공상 중이었다. 우체국에서는 사람이 없으니깐 고인이 다 낫기도 전에 매일 오라고 전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은 추석 전이라서 집배원들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전국에서 온갖 택배물건들이 밀려 바쁘니까 빨리 돌아오라고 압박했을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하나도 놓치지 않고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광주 우체국 쪽은 “이씨가 교통사고로 3주간의 병가 기간이 8월31일로 끝난 뒤 9월1일과 4일 연차휴가를 쓰고 5일 출근하기로 했었다”며 “이씨에게 무리하게 출근을 압박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집배원 사망사고는 지난 5년간 76건이 일어났고, 올해에만 자살·교통사고·심혈관 질환 등으로 1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7월 사회진보연대가 발표한 ‘전국 집배원 초과근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5시간이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1주에 12시간(연간 621시간)이 더 길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일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집배원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282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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