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서울시는 올해 25개 구에서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를 놓는 3500가구에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청이 많을 것에 대비해 저소득층을 우선 지원하기로 내부 방침까지 세웠다. 일반보일러와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가격차이는 보통 20만원인데 그중 80%인 16만원을 시에서 지원하면 희망자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친환경 주택의 건설 기준 및 성능’ 규정 시행으로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이 정책의 실제 지원 대상은 8년 이상된 주택이나 소형 공동주택이다. 그런데 지은 지 오래되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택일수록 배수 문제로 콘덴싱 보일러 설치가 어렵다. 지난 8월31일까지 보조금 지원을 신청한 보일러 수는 2889대에 그쳤다. 환경부도 올해부터 대기질 관리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콘덴싱 보일러 지원 사업을 시작해 이런 문제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저녹스 보일러는 초미세먼지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녹스·NOx)을 50mg/kw, 일산화탄소는 200ppm 이하로 배출하는 보일러를 말한다. 이중 지원금 대상이 되는 것은 저녹스 보일러 중에서도 에너지효율이 91% 이상인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다. 문제는 콘덴싱 보일러가 가동되면 1시간마다 1ℓ씩 응축수가 밖으로 흐르도록 되어 있는데 보일러실에 배수관이 없는 집에선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린나이 가스보일러 대리점 상담원은 “저녹스라고 하지만 실은 콘덴싱 보일러 설치 지원사업인데 설치 조건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설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배수관이 없는 경우 밖으로 배수관을 빼는 방법으로 무리하게 설치했다가 겨울에 보일러가 얼어 고장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본부 대표는 “대기질 관리가 정말 시급하다면 안 좋은 물질을 내뿜는 오래된 보일러를 많이 사용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좀더 효과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환경 영향에 지나치게 둔감한 국내 보일러 생산 기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업표준(KS) 규격은 질소산화물을 최대 260mg/kw까지 방출하는 보일러도 허용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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