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이장단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가 11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산법 개정과 양돈농가 전수조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 내 일부 양돈농가들이 축산분뇨를 지하수 통로인 ‘숨골’로 수년 동안 불법 배출해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커가는 가운데 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이 11일 제주도청을 항의 방문했다.
한림읍이장단협의회 등 10개 단체로 이뤄진 ‘축산악취 및 폐수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제주도청에서 원희룡 지사를 만나 “30년 가까이 숨죽이며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왔는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시정이 안 돼 항의방문 왔다”며 주민 3200여명의 서명을 받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원 지사에게 낸 탄원서에서 “수십 년 동안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으로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왔다.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이 계속 발생하는 동안 행정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며 직접 제주도를 비판했다.
강창욱 한림읍 발전협의회장은 “숨골에 무단 방류된 양돈 폐수 때문에 항의도 하고 시위도 했지만, 제대로 시정이 되지 않아 항의 방문하게 됐다”고 했고, 홍우철 이장단협의회장도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아왔다. 오늘 피 끓는 심정으로 제주도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원 지사는 “양돈농가들이 나름대로 제주 양돈산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분뇨나 냄새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하고, 열심히 하는 농가에는 불이익이 없도록 행정에서 지도를 잘해야 하는데 허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번 기회에 바로잡지 못하면 양돈업의 미래도 없다. 양돈농가들이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건 물론이고, 그에 따른 행정조치도 강력하게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제가 책임을 지고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쟁위는 이날 원 지사와 면담을 끝내고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 규명 △가축분뇨 처리시설 100% 조속 확보 △모든 양돈농가에 대한 정화조 등 전수조사 △불법행위 일삼은 양돈농가에 대한 지원금 및 보조금 환수조치 등을 요구했다.
앞서 제주시 한림읍 옛 상명석산 가축분뇨 유출과 관련해 농장주 2명은 지난 5일 가축분뇨 공공수역 불법배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의 수사 결과 3개 양돈농장에서 지난 5년 동안 ‘숨골’ 등으로 몰래 버린 양돈 분뇨량은 최소한 1만3200여t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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