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경찰서, 미국인 불구속 입건
엘리베이터에 개 돌아다닌다 항의하자
문 밖으로 밀어 넘어뜨려 머리에 상처
엘리베이터에 개 돌아다닌다 항의하자
문 밖으로 밀어 넘어뜨려 머리에 상처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라고 요구하는 이웃을 승강기 밖으로 떠밀어 중태에 빠뜨린 미국인이 경찰에 입건됐다.
전남 무안경찰서는 13일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주민 최아무개(64)씨를 밖으로 떠밀어 뇌출혈에 이르게 한 혐의(폭행치상)로 미국인 ㅇ(40·원어민 강사)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ㅇ은 지난 8일 밤 11시30분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지구 한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라고 요구하는 최씨를 문밖으로 밀어 넘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최씨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씨는 이틀 뒤인 10일 뇌수술을 받았으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사고 당시 ㅇ은 동거녀와 함께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승강기에 탔다가 동승한 최씨가 비좁은 바닥에 개들이 돌아다닌다고 항의하면서 승강이를 벌였다. 14층에 입주한 ㅇ은 최씨가 사는 7층에서 승강기가 멈췄는데도 내리지 않고 계속 따지자 문밖으로 밀어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ㅇ은 초등학교 영어 원어민 강사로 입국한 지 5년째지만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ㅇ이 처음에는 승강기 안에 반려견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다가 최씨의 불평을 듣고 품에 안았지만 계속 항의를 받자 우발적으로 신체를 밀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ㅇ을 출국정지하고, 승강기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을 확보해 시비 경위, 밀친 정황, 부상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무안경찰서 박영서 수사과장은 “아직 피해자 조사를 하지는 못했다. 한국말을 잘 못 하는 ㅇ이 동거녀한테 항의하는 최씨를 떼어놓으려다 벌어진 일”이라며 “층간 소음처럼 이웃 간에 반려동물을 두고 다툼이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서로 배려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신체 접촉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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