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임대아파트서 부패한 주검 발견
성남시 ‘도와달라’ 요청에도 열흘 방치
단 한 번 확인했다면…고독사 막을 수도
시 “요양사 연결된 줄 알았다” 변명
성남시 ‘도와달라’ 요청에도 열흘 방치
단 한 번 확인했다면…고독사 막을 수도
시 “요양사 연결된 줄 알았다” 변명
간경화 등 중병을 앓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행정당국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당국이 사실상 이를 방치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무관심 속에 숨진 이 50대 남성은 ‘악취가 난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숨진 지 열흘가량 지나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15일 경기도 성남시와 성남수정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0일 수정구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아무개(5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김씨는 간경화 등 지병이 악화해 거동이 불편한데도 가족과 연락이 끊겨 올해 2월부터 가사간병도우미 서비스를 받아왔다.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두세 차례 방문해, 식사를 돕고 건강을 살피며 2시간가량 머물곤 했다. 해당 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이뤄지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수혜 대상자를 선정한다. 실무는 지자체가 선정·위탁한 사회복지서비스제공기관이 담당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지난달 28일 요양보호사에게 서비스 중단을 요청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보호사는 김씨 집을 방문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해당 동사무소에 알렸다고 성남시는 해명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김씨는 이틀 뒤인 같은달 30일 해당 동사무소에 “도와달라”며 다시 서비스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씨를 돌보던 보호사는 이미 다른 수급자에게 배정된 뒤였다. 이에 성남시는 다른 제공기관을 주선하려다 여의치 않자, 김씨를 서퉠상 ‘대기’ 상태로만 분류해놨다.
경찰이 김씨의 주검 상태로 미뤄 숨진 지 열흘가량 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을 고려하면, 김씨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 직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심각한 지병을 앓고 있는 김씨의 이런 요청에 당국이 단 한 차례라도 현장을 확인했더라면 비참한 ‘고독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날 “김씨의 전화를 받고 복지서비스제공기관에 연락을 해줬고, 이후 해당 기관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어 서비스가 다시 연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성남시는 현재 4개 서비스기관과 계약을 맺고 71명을 상대로 가사간병도우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성남시 다른 관계자는 “현재 요양보호사들은 홀몸 어르신 돌봄 업무까지 맡아 인력이 부족해 신청자가 원하는 대로 연결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서비스 시스템상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40살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 7931세대가 사는 성남시는 최근 이런 사고를 방지하겠다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고독사 예방대책’ 매뉴얼까지 마련 중이지만 막상 정책이 현장으로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숨진 김씨의 장례는 지난 12일 경찰 연락을 받은 아들이 찾아와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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