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 필로폰 투약혐의로 긴급체포되자 해외출장을 중단하고 귀국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연합뉴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26)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남 지사의 장남은 지난 13일 중국에서 필로폰 4g을 속옷에 숨겨 밀반입한 뒤 16일 집에서 한차례 투약하고 집에서 필로폰 2g이 발견된 혐의를 받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필로폰 투약 혐의와 관련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국민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아버지로서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사과했다. 남 지사는 또 “제 아이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너무나 무거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아버지로서 참담한 마음입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남 지사의 장남은 중국의 한 대학 재학 중 강원도 철원의 6사단에 입대했으나 군 복무 중이던 2014년 4월부터 8월 사이 후임병 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9월 육군 5군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고 불명예 제대했다. 당시 남 지사는 “사회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남 지사의 아들은 이후 아프리카 모로코와 아랍에미리트에서 봉사활동에 나섰고 사업 구상을 하다 지난 15일 중국을 거쳐 국내에 입국한 뒤 서울 강남에 거주하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핀란드와 독일 2개국을 방문 중이던 남 지사는 아들의 필로폰 투약혐의가 알려지자 18일 독일 슈뢰더 전 총리와의 경기 연정에 대한 토론 일정을 취소하고 19일 오후 귀국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전 8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서 남 지사는 자신의 장남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두 번씩이나 발생한 데 대해 “먼저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도지사로서 경기도민들과 국민께 이런 불미스런 일이 또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한편으론 아버지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장남의 잇따른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경기도의 공직자들에게도 저의 입장(을 알리고), 또 흔들림 없이 일해달라는 당부 이런 것을 하고 나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어제 사건 발생 뒤 해외 출장 중 공무를 제쳐놓고 사적인 일로 귀국한 데 대한 지적이 많다.
“(아들) 이야기를 접하고 한 두 시간 여러 상황에 대해 고민했다. (독일에서) 돌아오겠다고 결정한 것은 공인으로서 결정이 더 컸다. 왜냐하면 첫 번째로 국민에게 저의 목소리로 사과드리고 두 번째로 이번 일정에서 투자유치와 같은 일정은 마무리됐고 당시 연정토론회와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의 오찬 2가지뿐이었다. 연정토론회는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이 담당키로 했고 슈뢰더 총리에게는 충분히 설명했다. 두 가지 모두 문제없이 진행됐다. (저는) 한시라도 빨리 돌아와서 흔들릴 수 있는 경기도정이 한 치 오차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향후 거취는?
“저는 경기도지사다. 경기도지사로서 도정이 흔들림 없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나는) 2가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충실히 하겠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역할, 아버지로서 하겠다. 한편으로는 공인의 역할이다. 도지사로서 1천만이 넘는 도민의 부름을 받았다. 공인으로서 역할도 흔들림 없이 하겠다. 나머지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 드리겠다.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소속 정당인 바른정당에 대해 할 말은.
“이번 일과 관련해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 당에도 안 좋은 영향 미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아들과는 통화했나? 어떤 상황인가?
“오늘은 통화하지 못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오늘 오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들을 보고 싶다. 면회를 갈 것이다. 법에 절차에 따른 면회를 할 것이다. 그리고 도지사로,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구분하겠다. 아들 면회는 빠른 시간 안에 그러나 일과 시간이 아닌 시간에 하도록 하겠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오후 6시쯤 (면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아들을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앞으로의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 헤쳐나가고 이겨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주겠다.
-도지사로서 역할이 무엇인가?
“오늘 11시에 경기도 공직자 모두에게 이런 저의 마음을 전하겠다. 빨리 오려고 했던 것도 첫 번째는 국민에 대한 사과이고 두 번째는 공직자에 대한 사과와 흔들림 없는 자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내부방송으로 할 것이고 내일부터 모든 일정은 예정대로 하겠다.
-과거 군대에서 문제이고 이번에도 문제인데 아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원인은?
“아버지로서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본다.
수원/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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