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여직원 등을 성추행한 의혹과 족벌경영을 일삼은 평택대 조기흥 명예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평택대 교수회 사무처장 선재원 교수가 지난 19일 오전 탈진해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호송되고 있다. 평택대 교수회 제공
학교 여직원 등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조기흥(85) 평택대학교 명예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들이 일주일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신속한 검찰 수사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던 한 교수는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으로 실려 가는 등 평택대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0일 평택대 교수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교수 30여명은 지난 13일부터 학교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조 명예총장의 즉각 파면 △검찰의 신속한 수사 △‘대학평의원회’와 학칙에 명시된 ‘교수회’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농성장에는 총학생회 재건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평택대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농성 중인 교수들은 “학교 여직원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조 명예총장 처벌과 퇴진을 요구했지만, 학교 쪽은 요지부동”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특히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조 명예총장은 아직도 전용 기사가 운전하는 법인 승용차로 재벌 총수 사무실 부럽지 않은 명예총장실에 날마다 출근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단식 8일째인 지난 19일 오전 교수회 사무처장 선재원 교수가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선 교수는 부정맥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학교 교수 60여명은 20일 오후 6시30분부터 교내 분수대 앞에서 학생·시민·사회단체 회원 등과 함께 촛불집회를 열고, 조 명예총장이 퇴진하고 학교가 정상화할 때까지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다. 촛불집회는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될 예정이다.
조기흥 평택대 명예총장의 조속한 검찰수사와 평택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교수들이 지난 13일부터 이 학교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평택대 교수회 제공
앞서 평택경찰서는 2013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학교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조 명예총장을 조사한 뒤 지난 2월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 여직원은 성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말 검찰에 조 명예총장을 고소했다. 조 명예총장은 임기 4년의 총장을 1~5대 역임했고, 2006년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이사장으로 취임해 지난 1월까지 재임했다.
평택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평택대 조기흥 명예총장 퇴진과 정상화를 촉구하는 평택지역 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20일 평택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도리이며, 학내 구성원, 평택시민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평택/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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