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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170억 전화요금 7년만에 완납 앞둬

등록 2017-09-21 16:22수정 2017-09-22 10:45

2011년 사설기관이 주최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
제주도, 역점사업으로 추진…투표 전화요금만 211억 달해
지난 15일 7대 자연경관 지원조례 발의…“밑 빠진 독에 물”
지난 2012년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독려하는 안내문이 여미지 식물원에 투표용 전화기기 놓여 있다. 제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2012년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독려하는 안내문이 여미지 식물원에 투표용 전화기기 놓여 있다. 제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제주도가 지난 2010~2011년 듣도보도 못한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겠다며 온 공무원과 도민들을 전화통에 매달리게 한 뒤 폭탄이 돼 돌아온 전화요금 납부를 7년 만에 드디어 끝낸다. 오는 25일 1억590만원을 납부함으로써 170억여원에 이르는 전화요금을 완납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2011년 11월11일 결국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지만, 이 이벤트성 행사에 공적 예산만 250억원 이상 들어가는 등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얼마나 들었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는 인터넷 투표를 통해 2009년 7월21일 최종 후보지 28곳 가운데 하나로 제주도가 이름을 올려 관광홍보 차원에서 추진되다 민선 5기 우근민 지사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0년 12월 범국민추진위원회가 출범해 본격 투표운동에 뛰어들면서 ‘7대 자연경관’ 선정은 도정 과제를 넘어 대통령과 총리가 투표에 참여하는 등 범정부적 과제가 됐다. 이 행사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뉴세븐원더스’라는 사설 재단이 추진했다.

도가 2010~2011년 2년 동안 인터넷과 전화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벤트성 행사인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사용한 행정전화 요금은 모두 211억86만원이다. 당시 도는 모든 공무원과 도민에게 전화를 독려했다. 이 가운데 케이티(KT)가 41억6천만원을 깎아줘 도가 최종 부담해야 할 전화요금은 170억2600만원이 됐다. 도는 2011년 104억2700만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10억원 이상의 요금을 납부해왔다. 중간에 도가 도의회 동의 없이 예비비 81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이 제주도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리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투표에 사용한 전화요금만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를 합쳐 모두 228억2819만원이고, 제주도와 제주도관광공사 등이 기념행사 등으로 집행한 예산은 40억5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화투표를 위한 도민 모금액도 현금기탁액만 33억1600만원에 이르렀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300억원 가까이 들어간 것이다.

■ ‘묻지도 따지지도 마’ 투표 제주도가 전화투표를 독려한 방법도 비상식적이었다. 실·국별 전화투표 할당제를 시행했고,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며 경쟁토록 했는가 하면 1인당 일정 건수의 통화를 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관련 자생단체 등을 찾아 투표에 참여해주도록 요청했다. 도가 이를 밀어붙이면서 정부 차원의 참여와 지원을 강조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화투표는 1인당 무제한 허용돼 도청의 일부 부서들은 퇴근하면서 아예 자동으로 밤샘 전화를 걸어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이벤트 행사를 주최한 뉴세븐원더스재단의 돈줄은 제휴 통신사를 통한 통화료 수입이어서, 통화건수가 많을수록 재단과 제휴 통신사의 배분액이 많아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외국의 일부 지역은 이 행사를 주최한 뉴세븐원더스를 강하게 비난하며 결선투표에서 자진 하차하기도 했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어느 단체가 얼마를 기부했다는 미담기사와 공무원들의 기고를 쏟아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7곳을 뽑는데 혼자서 무제한 전화투표가 가능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사회적 분위기에 묻혔다. 비판보도가 나가면 “비용이 들더라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 좋은 것 아니냐”며 집중적인 비난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 ‘7대 자연경관’ 브랜드 활용?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애초 1통에 1200원이었으나 몇 차례의 인하 절차를 거쳐 케이티(KT)가 2011년 1월부터 100원으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 전 케이티 새노조 위원장이 선정에 동원된 ‘국제전화투표’가 실은 국제전화가 아니라 서버만 국외에 두고 전용회선으로 연결한 사실상 국내전화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위원장은 그 뒤 정직과 부당전출, 해고까지 됐다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복직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막무가내식 전화투표를 통한 7대 자연경관 선정이라는 사회적 열기는 그 뒤 삽시간에 사라졌다. 뉴세븐원더스라는 단체의 공신력에 논란이 일면서 도와 정부가 상업적 전략에 놀아났다거나 사기극에 휘말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선 6기 원희룡 지사는 7대 자연경관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화투표를 위해 뛰어다니던 공무원들도 더는 7대 자연경관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의회가 김희현 도의원 발의로 지난 15일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의 날을 운영하고, 교류사업 등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활용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김 의원은 “2011년 선정된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이 자연보전 의식을 전파하는 데 기여하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제정을 추진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세계 7대 자연경관 활용 조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자는 것으로 조례안 발의를 당장 철회하고 세계 7대 자연경관 브랜드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참여환경연대는 “아직도 세계 7대 자연경관의 브랜드 가치를 말하며 이를 활용한 조례를 제정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비비 지출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도의회가 오히려 활용하자고 나서는 것은 도정을 견제하는 도의회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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