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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롯데그룹에 보바스병원 운영권 넘겼다

등록 2017-09-22 15:20수정 2017-09-22 15:31

서울회생법원, 병원 회생계획안 인가
‘영리화’ 우려에도 지원 전제로 이사추천권 넘겨
시민단체 “의료법상 영리법인의 병원 인수는 불법”
성남시 “엄격한 법 적용으로 병원 영리화 막겠다”
보건복지부 “유사 사례 대비해 법률 재정비” 뒷북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으로 재벌그룹 롯데로 사실상 넘어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바스기념병원 전경. 늘푸른의료재단 제공
서울회생법원의 결정으로 재벌그룹 롯데로 사실상 넘어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바스기념병원 전경. 늘푸른의료재단 제공
재벌인 롯데그룹이 공공재인 비영리 의료법인을 인수해 사실상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병원 상업화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을 롯데가 우회적으로 피해갔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서울회생법원 제14부(재판장 이진웅)는 21일 국내 최대 재활요양병원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의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재단에 자본 출연과 자금 대여를 약속한 호텔롯데는 해당 병원의 실질적인 새 주인이 됐다. 정식 소유권은 없지만, 사실상 병원 운영권을 갖게 됐다.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안의 뼈대는 ‘(회생절차) 인가 전 인수합병’(M&A) 조건이다. 호텔롯데는 ‘사회 공헌’을 명분으로 600억원을 늘푸른의료재단에 무상 출연하고, 2300억원을 이 법인에 빌려주는 조건으로 ‘이사회 추천권’을 갖게 됐다. 회생계획서상 채무 변제 등 재산 처분과 이사회 구성은 법원 인가 1개월 안에 하게 돼 있어 호텔롯데는 다음달 안에 이사회 추천 인사를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의료법엔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인수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출연이 법 위반”이라며 롯데그룹의 인수를 반대해왔다. 롯데그룹이 보바스병원을 인수하면 병원 사업이 영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을 사고파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외부의 사적 자본이 병원 경영에 개입하면, 공공재인 의료법인이 영리 법인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늘푸른의료재단의 허가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경기도 성남시도 일찌감치 우려를 표명해왔다. 시는 지난 3월 “의료법인의 합병은 불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영리법인의 자본이 비영리법인에 무상출연 및 자금 대여를 통해 이사를 추천하고, 추천된 의료법인을 운영하면 의료 영리화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시민단체나 성남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뒤 성남시는 늘푸른의료재단에 유입되는 롯데의 (무상출연) 자금과 대여금의 흐름을 면밀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법 위반 여부를 떠나 병원 영리화 우려가 커진 만큼 이사회 구성 과정을 지켜보고 점검하겠다. 또한, 롯데가 재단 쪽에 대여하는 2300억원이 관련 법률에 따라 비영리의료법인의 취지에 맞게 쓰이도록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비록 의견서 제출이 늦었지만, 중앙·지방 정부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법원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형식 논리에만 치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이 어려운 병원이라면 정부가 의견서만 낼 게 아니라 재정을 투입해 공공병원화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에 관련된 법률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에 롯데그룹이 이사회 구성 권한을 얻는 방식으로 사실상 병원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출했다. 앞으로 유사 사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바스병원은 늘푸른의료재단이 2004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문을 열었다. 이 병원은 90%대의 병상 가동률로 2013년 이후 해마다 40억원가량의 의료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5년 9월 수원지법에 법정관리(회생절차개시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16년 6월 ‘(회생절차)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조건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기성 김양중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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