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일대 지질도 제주도세계자연유산본부 제공
세계자연유산이자 제주도의 세계지질공원의 대표적 명소인 한라산 백록담 일대의 화산활동 시기와 과정이 구체적으로 규명됐다. 한라산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30년대 초부터 이뤄졌으나 백록담 일대는 형성과정뿐 아니라 화산활동 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진 적은 없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 안웅산 박사는 한국지질자연구원 홍세선 박사와 함께 이달 나올 <암석학회지> 제26집에 실은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일대의 화산활동사’ 논문을 통해, 한라산 정상부 백록담 일대의 서쪽 부분은 3만7천년 전에 상대적으로 점성이 큰 용암이 분출해 형성된 급경사의 용암돔이며, 그 뒤 2만년 전에 새롭게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백록담 동쪽 부분이 형성돼 지금의 백록담 분화구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백록담 서쪽은 점성이 큰 조면암(한라산 조면암)이 돔형상의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동쪽은 상대적으로 점성이 작은 조면현무함(백록담 조면현무암) 용암이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연구팀은 백록담 분화구 일대의 형성과정을 밝히기 위해 한라산 일대의 지질도를 새롭게 작성하고, 각 암석의 하부에 있는 고토양 및 지표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광여기루미네선스 측정법(땅 속 석영의 흠에 축적된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생성연대 측정을 시도했다. 1980년대 말의 연구를 토대로 지금까지는 백록담 형성 시기를 2만5천년~7만년 전으로 추정해왔다.
연구팀은 또 고토양층 연대측정 결과를 근거로, 한라산 정상부 백록담은 3만7천년 전 이후 조면암질 용암돔이 형성된 뒤 1만9천~2만1천년 전 조면현무암질 용암이 새롭게 분출하면서 형성된 분화구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라산 일대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백록담과 주변 윗세오름이나 방애오름 등과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연구 결과 윗세오름 조면현무암과 방애오름 조면현무암이 한라산 조면암보다 먼저 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는 백록담 조면현무암 분출 이후에 윗세오름 조면현무암과 방애오름 조면현무암이 분출한 것으로 보았다. 또 백록담 남서쪽 이른바 모세왓 일대의 조면암질 각력암층(각진 자갈층)은 너비 500~600m이며, 조면암 돔의 외곽으로부터 남서쪽으로 2.3㎞에 걸쳐 분포한다. 각력암층 중앙부는 두께가 5~6m이며, 외곽부로 가면 1~2m로 얇아졌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