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2호선을 24시간 시범운행하겠다는 구상이 알려지면서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노동자가 심야에 지하철 전기점검을 하는 모습. 서울지하철 노조 제공
지난주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서울지하철 2호선을 24시간 시범운행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24시간 시범운행을 검토한 일이 없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성과 재정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채 야간 운행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 고홍석 도시교통본부장은 <한겨레>의 통화에서 “교통공사는 최근 24시간 시범운행하는 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 올해말에서야 그 결과를 받아볼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4시간 운행의 경제적 타당성 등에 대한 어떤 검증도 없이 벌써 시범운행 방안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시는 노후화된 지하철 시설 보수 등 안전분야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21일 열린 서울교통공사 노사 실무자협의회에서도 24시간 운행에 대해 공사나 시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교통공사쪽은 “김사장이 이와 관련 취재에 응한 사실이 없다”며 시범운행 추진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태호 사장은 지난해 도시철도공사 사장 시절에도 7호선 24시간 운행 구상을 발표한 일이 있었지만 결국 발표에 그쳤다.
교통공사는 야간 지하철 서비스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영국 런던의 예를 들며 도입을 적극 검토해왔으나, 서울 지하철의 경우엔 만성적인 지하철 적자와 노후시설로 24시간 운행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지금도 인력부족으로 시설 점검주기가 늦춰지고 최소한의 인원이 많은 점검.보수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24시간 운행을 한다면 안전 점검에 큰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1992년 선로보수 노동자가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서울지하철은 운행 종료 후 새벽 1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전기, 신호 시스템 점검과 선로보수 등 작업이 진행되는데 24시간 운행땐 시간에 쫓겨 안전 점검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채 2호선만 주말에 24시간 운행한다면 주 2일은 안전점검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문제도 큰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은 2002년부터 평일 자정~새벽 1시까지 지하철 심야운행을 도입했다. 지난해 140회 열차를 추가운영하면서 추가비용 115억원이 들었다. 여기에 안전인력과 시설 충원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재정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외국에선 지하철 야간 운행은 기업들의 야간 노동을 용이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 국가 보조금과 기업부담금 없인 결국 요금인상으로 전체 시민에게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노동자뿐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야근노동을 권장하는 야간 운행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문제제기도 많다.
서울교통공사는 “12월 말까지 예정된 연구용역을 통해 1~8호선 24시간 연장운행 타당성을 검토하고 서울시와 시민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남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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