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의 배 생산지인 전남 나주의 한 농장에서 농민들이 출하를 위해 잘 익은 배를 따고 있다. 나주시청 제공
올해 작황이 좋은 나주배의 가격 폭락을 우려한 나주지역 조합공동법인이 추석 이후 2000t을 사들인 뒤 시장에 푸는 대신 직접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전남 나주시는 29일 “14개 지역농협이 설립한 나주시조합공동법인(APC)에서 추석 직후인 10월5일부터 나주배 2000t을 사들여 비축하는 방법으로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산지 경매 가격이 내려가면서 농민들이 출하를 기피해왔다. 평년의 추석 유통량이 생산량의 50~60%였으나 올해는 45%로 떨어질 정도다. 이 때문에 추석 이후 출하가 일시에 이뤄지면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하순 나주배 경매 가격은 15kg(21과)이 3만8000원 선으로 지난해 이맘때 4만8000원보다 1만원정도 떨어졌다. 거래량이 많은 7.5kg(15과)도 1만2000원 선으로 지난해 1만8000원보다 6000원가량 낮아졌다. 나주배는 올해 기상 조건이 좋았던 덕분에 착과율이 높아지고 과형도 커져 생산량이 10%가량 늘었다. 올해 예상 생산량 6만3000t으로 지난해에 견줘 6000t가량 많아졌다. 농민 이아무개(47)씨는 “올해 경매 가격은 겨우 생산비 정도 건지는 수준이다. 추석 때 절반 이상을 출하해야 하는데 머뭇거리다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은 농민이 생산한 배를 사들인 뒤 직접 판매에 나서는 매취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나주시도 매취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 1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비축한 배 판매를 위해 대형 할인점 등지와 연계한 판촉행사로 소비촉진을 도울 계획이다.
나주지역은 전국 최대의 배 생산지다. 한해 6만여t 안팎의 배를 수확해 전국 생산량의 19.6%를 차지하고 있다. 재배면적도 전국 1만3127㏊ 중 16.9%인 2022㏊를 점유하고, 재배품종도 신고·원황·추황·황금 등 다양하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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