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축산진흥원에서 사육하는 제주흑돼지.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15년 만에 육지 돼지고기를 반입한다.
이우철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10일 브리핑을 열고 “오늘 0시부터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 반입금지 조치를 조건부 해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002년 4월18일부터 제주산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 요건을 충족시키고 육지의 돼지 열병 유입 방지를 위해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의 제주 반입을 금지해왔다.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의 조건부 반입허용 내용을 보면, 반입 예정 3일 전까지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반입품목과 물량, 반입하는 지역 등을 사전 신고해야 한다. 또 반입할 때는 신고내용과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반입차량과 운전자, 운전석 등을 소독하며, 반입 돼지고기는 시료를 채취해 돼지 열병 바이러스 유무를 검사해 안전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른 지방에서 돼지 열병이 발생하면 해당 질병이 끝날 때까지 전면 반입금지를 시행할 계획이다.
도는 다른 지방산 돼지고기를 택배나 화물로 들여올 때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 반입하다 적발되면 반송하거나 폐기하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다.
제주지역에서는 하루 3500여 마리의 돼지를 도축하며 이 가운데 30%는 도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70%는 다른 지방으로 나간다. 그동안 제주산 돼지고기의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값이 육지산에 비해 비싸다. 실제로 이달 초순 도매가는 제주산 돼지고기(지육) 1㎏에 7227원으로 육지산 4886원에 견줘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됐다. 흑돼지고기는 더 비싸 1㎏에 8245원이다. 삼겹살 1㎏의 소비자가는 제주산이 평균 2만6천원선으로 육지산 2만원선보다 비싸다.
도는 이번 조처로 도민의 돼지고기 선택권이 확대됐다고 설명한다. 이 국장은 “그동안 육지산 돼지고기 반입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도민 의견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제주산과 국내산, 수입산 등 돼지고기 선택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양돈분뇨 무단배출 사건으로 커진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돈단지가 밀집한 제주시 한림읍 지역에서는 지난달 초순 양돈분뇨를 빗물이 스며드는 지하수의 통로인 이른바 ‘숨골’(암반 틈새)로 몰래 버린 양돈업자가 적발되면서, 양돈분뇨 무단배출에 따른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하는 펼침막이 지금도 곳곳에 내걸려 있는 등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자치경찰단의 수사 결과 3개 양돈농장에서 지난 5년 동안 ‘숨골’ 등으로 몰래 버린 양돈 분뇨량은 최소한 1만3200여t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국장도 브리핑에서 “축산분뇨 불법 배출에 따른 도민 공분도 해제 이유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육지 돼지고기 반입 조처로 제주산 돼지고기 차별화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양돈농가는 “반입금지 해제로 위험부담이 늘어날 것 같다. 차단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전면적인 반입금지보다 위험부담은 훨씬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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