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지난해 민간 이사장제로 바뀐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22번째 막을 올린다. 지난해보다 예산과 규모 등이 커졌지만 부산시가 손을 떼기 전에 견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1일까지 열흘 동안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등에서 열린다. 해운대구의 5개 극장 32개관에서 75개국 300편이 상영되며, 영화를 사고파는 아시아필름마켓 등 딸린 행사들이 벡스코 등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 못지않게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다. 먼저 영화제 출범 때부터 활동해온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이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별세했다. 이어 8월 집행위원회 사무국 전체 직원 24명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사퇴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자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내우외환의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올해 영화제 규모는 지난해에 견줘 나쁘지는 않다. 상영작은 지난해보다 1편만 늘었지만 참가국은 69개국에서 75개국으로 증가했다. 관객 목표도 2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5000여명을 늘려 잡았고 국내외 영화배우 등 게스트도 올해는 1만명으로 3000여명이나 더 참가한다. 예산도 지난해 108억원에서 올해 116억원으로 8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부산시와의 불편한 관계도 풀리고 있다. 서 시장이 11일 오후 6시 전야제와 12일 오후 5시30분 개막식, 21일 오후 6시 폐막식에 참가한다. 지난해 일부 영화인들이 서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자 서 시장이 개막식 축전만 보냈던 것과 비교된다. 부산시는 지원금도 지난해 60억5000만원에서 올해 63억9000만원으로 3억4000만원 늘렸다.
하지만 국비 지원은 2014년 14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9억5000만원으로 감소하더니 올해는 7억6000만원에 그쳤다. 기업들의 협찬금도 올해 23억원으로 지난해(20억원)보다 늘었지만, 부산시장이 마지막 조직위원장을 지냈던 2015년 34억원에 견줘 11억원이나 적다. 이 때문에 영화제 올해 예산도 2015년 119억에 견줘 3억원이 모자란다.
부족한 예산은 일부 행사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제가 처음 열렸던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초청작품들을 볼 수 있었던 남포동 극장가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청작품들을 볼 수가 없다. 영화제 기간 1억5000만~2억원의 대관료와 진행요원 인건비 등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요구대로 지난해 민간 이사장제로 전환됐지만 9개 영화계 단체 가운데 영화감독조합, 영화촬영감독조합, 영화산업노조 등 3개 단체는 서 시장이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계속 불참하겠다는 태도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 등 일부 행사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올해 지원금을 더 늘렸으나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