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월 전북 부안군 줄포면 한 농장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오리들을 질식사시킨 뒤 파묻고 있다.한겨레 자료사진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곤욕을 치른 충북도가 겨울철 오리 사육 중단이라는 초강경 조처를 내렸다. 100마리 이하 소규모 농장도 사육을 제한하고, 오리고기 운반차량은 대소·진천·북진천 나들목만 이용하게 했다.
충북도는 겨울철 오리 사육 제한 제도를 운용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내년 3월까지 AI 발생이 빈번한 겨울철에는 단계적으로 농장별 사육 제한 조처가 내려진다.
충북도에선 2014년 AI가 발병하면서 농가 109곳에서 닭·오리 180만9000여 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지난해 11월 16일에는 음성에서 전국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해 충북지역 농장 108곳에서 닭·오리 등 392만 마리가 매몰 처분되는 등 AI로 홍역을 치렀다.
충북도는 올해 AI 차단을 위해 청주 10곳(10만6000마리), 진천 31곳(30만7000마리), 음성 45곳(46만6000마리) 등 오리농장 86곳에서 86만9000마리의 오리 사육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들 농가는 두 차례 이상 AI가 발생한 농가와 반경 500m 안에 있거나, 시설이 열악하고, 밀집 사육 등으로 AI 발생 우려가 큰 곳이다. 이들 농장의 절반 정도는 지난해 발생한 AI 때문에 오리 입식을 하지 못한 상태여서 1년 넘게 오리를 키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대신 이들 오리 사육 제한 농가엔 마리당 510원씩 소득안정자금이 지원된다. 이종화 충북도 동물보호팀 주무관은 “대개 농가들은 대형 오리 계열사에서 사육 수수료 1100여원을 받는데 이 가운데 약품·연료비 등을 빼면 600여원이 순익이다. 소득안정자금은 이 금액의 80% 정도다. 계열사, 협회, 농가 등과 협의를 마쳐 큰 마찰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충북지역에선 올겨울 45 농가에서 50만 마리 정도의 육용 오리만 사육돼 충북 전체 오리 농가의 70% 정도는 겨울철에 축사를 비우게 될 전망이다.
100마리 이하 소규모 농가의 사육도 제한한다. 오리 사육을 하는 87 농가 597마리, 기러기·거위 등 기타 가금류 사육 350 농가 2000마리가 대상이다. 이들 농가는 시·군 등이 전량 수매한 뒤 내년 3월까지 사육이 제한된다.
또 청주·진천·음성 등 17 농가 씨오리 12만 마리가 내년 3월까지 낳는 오리알의 10% 정도인 86만여개를 폐기하기로 했다. 폐기 오리알 역시 한 개에 420원씩 보상할 참이다.
AI 사전 차단을 위해 오리고기 운반차량은 대소·진천·북진천 나들목으로만 통행을 제한하고, 이들 나들목에선 차단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AI 발생을 막으려고 강원지역 출입 차량에 대한 방역도 촘촘하게 진행할 참이다.
이종화 충북도 동물보호팀 주무관은 “오리를 키우지 못하는 농가, 계열사 등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체 오리 사육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겨울철 사육 제한은 불가피한 조처다. 강력한 조처로 올겨울엔 충북지역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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