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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5.4%가 정신건강 위험군”…일자리 없는 청년들의 ‘마음앓이’

등록 2017-10-16 20:09수정 2017-10-17 10:43

서울시청년지원센터, 4700명 조사
정신증·자살위험 ‘정서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 비율 15.4% 달해
정서적 지원 필요한 비율도 15%
전문가 “구직 이외 건강도 지원을”
사진은 2014년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진은 2014년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자리가 없는 청년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프다. 지난 7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청년수당 대상자 4700명을 놓고 정신건강과 구직의욕 등을 알아보는 심리정서 자가진단을 해보니, 정신건강 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서적 고위험군과 잠재적 위험군의 비율이 15.4%로 나타났다. 정서적 고위험군은 정신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위험을 가진 사람들로 분류된다. 또 위험군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비율도 15%였다. 30%가 정서적 처치가 시급하거나 필요한 대상이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자가진단인데다 정서적 문제들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 위험군의 범위를 다소 넓게 책정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를 고려해도 최근 자살 생각을 자주 했으며,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구상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청년들의 비율이 10%를 넘는 것은 다른 집단보다 매우 높은 위험신호다. 보건복지부 ‘2016년 정신질환실태’ 등 여러 조사를 보면, 성인들 중 자살 위험군은 2~3% 정도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정신건강 연구 대상은 주로 빈곤가정에서도 최약자인 노인과 어린이였다. 취업 가능 연령이면서도 취업해 빈곤 상태를 해결할 수 없는 청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진로·정서 영역 2가지 분야 건강성을 진단한 이번 검사에선 200만원 이하 가계소득 집단은 사회적 지지를 가장 적게 받고 구직준비활동을 가장 적게 하는 진로영역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교육연수가 낮을수록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동기가 크게 떨어졌고 우울과 불안이 높았으며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인생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부적응적 인지변화를 겪었다. 특히 가난하면서 부양가족이 있는 청년은 유능감이 결여되고 우울하며 심리적 성숙도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나 형제 등을 돌봐야 하고, 사회적으로 지탱할 곳이 없으며 저소득층인 청년들이 구직에서 불리하고 정서적으로도 취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500만원이 넘는 가계소득을 가진 청년들의 마음도 일자리가 없으면 힘들다. 이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동기 저하와 불안이 가장 높고 심리적 성숙도는 가장 낮았으며 우울한 기분도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원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살 사이 미취업 청년 가운데 가계소득, 미취업 기간들을 고려해서 정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은 이들은 다른 청년들보다 미취업 상태가 길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라수현 이음세음심리상담센터 사업팀장 “원래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년들도 취업과 사회활동으로 긍정적인 자기 개념을 보충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건강했던 청년들조차 장기적인 미취업을 겪으며 정서적 취약계층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년들을 상담해보니 대부분 일할 의욕이 높으나 일할 곳이 너무 없다고 한다”고 했다. 기현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장은 “이번 조사를 보니 사회적 관계망이 붕괴되고 장기실업 상태로 들어간 청년들에게 구직 지원만으론 부족함을 느낀다. 청년 지원은 청년건강 프로그램과 연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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