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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박근혜와 ‘둥글이 교주’, 추가 구속영장의 다른 점

등록 2017-10-17 14:56수정 2017-10-17 16:14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일을 2년전 겪었던 사람이 있다. ‘둥글이 교주’라고 불리는 환경운동가 박성수(44·전북 군산)씨다. 그는 2015년 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전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같은 전단 내용이 문제가 돼,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6개월 동안 구속돼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최대 구속 기간(6개월)이 끝날 무렵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지금 박 전 대통령처럼 그에게도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이 연장됐다. 그는 2015년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나서야 풀려났다. 구속 8개월 만이었다.

박씨를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경찰·검찰·법원은 일사불란했다. 명예훼손 ‘피해자’격인 박 전 대통령이 박씨를 고소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은 알아서 수사에 뛰어들었다. 명예훼손죄는 당사자 동의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이긴 하나 보통 피해자의 고소 없이는 경찰이 수사를 잘 하지 않는다. 박씨는 인멸할 증거도, 도주할 곳도 없는데 구속됐다고 항변했다. 보석 청구도 기각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는 공론의 장에서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제기를 봉쇄하는 조처란 비판이 일었지만, 수사기관은 듣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8개월 동안 구속돼 1심 재판을 받아온 박성수씨(오른쪽)가 지난 2015년 12월22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를 나오며 마중을 나온 변홍철(46)씨와 함께 웃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8개월 동안 구속돼 1심 재판을 받아온 박성수씨(오른쪽)가 지난 2015년 12월22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대구구치소를 나오며 마중을 나온 변홍철(46)씨와 함께 웃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구속 중 영장이 추가 발부된 것은 비슷하지만 박씨와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무게가 다르다. 박씨의 혐의는 명예훼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강요미수 등이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이런 위헌·위법 행위가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 훼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박 전 대통령처럼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못했다. 보다 못한 몇몇 변호사들이 나서서 박씨를 무료 변론해줬다.

“박근혜 정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면 여당 원내대표까지 짓밟고 철저히 보복과 응징의 정치를 하는 집단입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정권의 작은 축소판이 이 재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결국 국민의 언론자유 행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인권사·언론사에 있어 역사에 남을 사건이 될 것입니다.” 2015년 11월 박씨와 그를 변론한 류제모 변호사가 마지막 변론에서 각각 남긴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6일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인권의 역사는 후퇴할 것이고 야만의 시대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재판부께서는 진정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말했다. 13일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추가로 발부된 데 대한 불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이라고까지 말했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씨가 들으면 웃을 말이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이미 인권의 역사는 후퇴했다. 야만의 시대였다. 생각이 다르다고, 정부를 비판한다고, 많은 사람이 유치한 보복을 당했다. 코미디에 가까웠던 희대의 ‘둥글이 교주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은 그런 박근혜 정부를 잘 비춰준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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