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중교통 운영체계 개편의 핵심인 버스 준공영제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도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17일 제주도 교통항공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아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의원(민주당)은 “버스 준공영제 추진에 따른 소요 예산이 지난 8월26일 이후 254억원, 내년도 855억원 등으로 과도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데도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 있을 경우 사전 도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조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업무제휴·협약 등에 관한 조례’ 제5조에는 도지사가 업무제휴·각종 협약 체결 때는 도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과도한 재정적 부담이나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의 경우 사전 도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도는 지난 5월19일 버스 준공영제 이행 협약을 하면서 협약 3일이 지난 22일에야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전문위원실에 문서로 보고했다.
고정식 의원(바른정당)은 준공영제를 추진하면서 민간버스회사에 지나친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하면서 모두 버스 219대를 증차했다. 이 가운데 공영버스는 35대만 증차했고, 나머지는 민간 버스회사가 증차했다. 민간업체는 앉아서 버스 증차 효과를 얻었고, 안정된 수입 여건을 갖추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경학 의원(민주당)도 도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부분과 관련해 제주도의 조례위반을 지적하는 한편 표준운송원가 협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못해 민간 버스회사에 특혜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버스회사들과 체결한 협약서를 보면 정비비, 임원비, 예비비 등이 서울에 비해 과도하게 많게 책정돼 당장 내년부터 표준운송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하민철 위원장(바른정당)도 “조례에 규정된 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넘어간 부분에 대해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표준운송원가 협약도 상당 부분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오정훈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당시 해당 상임위인 복지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사전에 협약 내용을 보고했고, 체결 후에 다시 보고하기로 협의했다”며 “세심하게 신경써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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