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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땅속 김치통에 든 수상한 돈뭉치가 보성군수 ‘뇌물’ 덜미 잡았다

등록 2017-10-18 12:50수정 2017-10-18 21:29

관급공사 발주 대가로 3억5천만원 받아
광주지검 순천지청,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경리계장이 텃밭에 감춰둔 1억원에 ‘꼬리’
보성군 경리계장이 알선인한테 받아 텃밭 땅속에 보관하고 있던 뇌물 일부. 광주지검 순천지청 제공
보성군 경리계장이 알선인한테 받아 텃밭 땅속에 보관하고 있던 뇌물 일부. 광주지검 순천지청 제공
이용부(64) 전남 보성군수는 전·현직 군 경리계장 2명이 감춰둔 현금다발 1억원 때문에 뇌물의 덜미를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8일 관급공사를 발주한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받은 이 보성군수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군수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광주·전남·부산 지역업체 몇곳에 군 발주 공사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군 경리계장들을 통해 3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뇌물을 전달한 관급계약 알선인 2명, 뇌물을 변호사비로 지출한 이 군수 측근 1명도 함께 불구속기소 했다. 군 전·현직 경리계장 2명은 이 사건의 결정적 물증이 된 5만원짜리 현금다발을 제출해 구속은 면한 채 기소됐다.

현직 경리계장인 ㄱ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관급계약 알선인 등한테 20여 차례에 걸쳐 2억2500만원을 받아 이 군수에게 전달하고 일부를 보관해왔다. ㄱ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아 집 텃밭의 땅 속에 묻어두었던 5만원짜리 현금다발 7500만원을 검찰에 제출했다.

직전 경리계장인 ㄴ씨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다른 알선인 등한테 22차례에 걸쳐 2억3900만원을 받아 대부분을 이 군수에게 건네주고 일부를 남겨뒀다. ㄴ씨는 수사를 받자 비닐 봉투에 담아 집 책장에 보관해오던 2500만원을 증거물로 내놨다.

검찰은 전·현직 경리계장이 보관했던 1억원은 몰수하고, 이 보성군수가 받은 뇌물 3억5000만원은 범죄 수익인 만큼 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임관혁 순천지청 차장검사는 “보성군이 지역업체 몇곳에 공사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계약금액의 5~10%를 뇌물로 받은 적폐를 정조준했다. 군수, 측근, 경리계장, 지역업체, 알선인 등으로 이어지는 토착 비리의 구조와 수법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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