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방공호·유령역…우리 역사의 어두운 지하실을 보았다

등록 2017-10-19 17:20수정 2017-10-19 23:15

군사정치 상징 ‘여의도 지하벙커’
일제 강점기 증언 ‘경희궁 방공호’
43년 동안 버려진 ‘신설동 유령역’
서울 지하공간 3곳 시민에게 개방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 도로 아래로 위치한 대통령 경호용 비밀 벙커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문화 공간 ‘에쓰이엠에이 벙커’(SeMA Bunker)로 탈바꿈해, 개관식과 개관 기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 ‘여의도 모더니티’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근 현대화 과정을 보여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 도로 아래로 위치한 대통령 경호용 비밀 벙커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문화 공간 ‘에쓰이엠에이 벙커’(SeMA Bunker)로 탈바꿈해, 개관식과 개관 기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 ‘여의도 모더니티’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근 현대화 과정을 보여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9일 서울의 숨겨졌던 지하실 3곳 문이 열렸다. 이날부터 시민에게 전면 개방된 여의도 지하벙커와 21일부터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이다. 수십년 동안 잊혀졌던 3곳은 저마다의 역사적 사연을 땅위로 끄집어낸다.

지하 벙커로 내려가는 입구. 남은주 기자
지하 벙커로 내려가는 입구. 남은주 기자
서울의 비밀 지하공간을 찾는 여행은 여의도에서 시작한다. 여의도 공원 건너편 버스환승센터 옆 작은 계단은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때 오르곤 했던 단상 자리다. 1976년쯤 단상 바로 밑 5m 깊이에 871㎡ 규모의 지하벙커를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 등이 위기 순간이 오면 이곳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버스환승센터를 짓다가 발견한 이 공간은 30㎝ 정도 높이로 물이 차 있었지만 하얀색 타일과 소파, 열쇠 박스와 서류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하벙커에선 여의도 군사산업 시절을 증언하는 설치 미술  ‘할로미는 여의도 베이스먼트’가 열리고 있다. 남은주 기자
지하벙커에선 여의도 군사산업 시절을 증언하는 설치 미술 ‘할로미는 여의도 베이스먼트’가 열리고 있다. 남은주 기자
발견당시 ‘VIP실’을 그대로 보존한 역사 갤러리. 서울시 제공
발견당시 ‘VIP실’을 그대로 보존한 역사 갤러리. 서울시 제공

전시장 한복판엔 정치인의 사진과 야전침대, 비상식량을 쌓은 작품 ‘교착점’이 전시돼 있다. 남은주 기자
전시장 한복판엔 정치인의 사진과 야전침대, 비상식량을 쌓은 작품 ‘교착점’이 전시돼 있다. 남은주 기자
19일 오전 11시 개관식을 앞두고 내려간 벙커엔 지하의 축축한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넓은 방은 ‘여의도 군사산업’의 상징인 군복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할로미는 여의도 베이스먼트’ 등 설치미술 전시장으로 바뀌었고, 벽엔 여의도의 역사와 의미를 담은 사진과 글로 채워졌다. 좁은 통로를 따라가면 ‘브이아이피’가 사용했던 화장실과 열쇠박스를 간직한 작은 방이 그대로 남아 역사 갤러리가 됐다. 여의도가 땅위론 서열의 광장, 속으론 지하정치의 중심부였던 시절을 증언하는 이곳은 앞으로 ‘세마(서울시립미술관) 벙커’라는 이름의 전시실로 운영될 예정이다. ‘세마벙커’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장 운영을 맡아 청년기획자나 작가그룹들의 기획전시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경희궁 방공호’ 입구. 남은주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경희궁 방공호’ 입구. 남은주 기자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부터 오랫동안 묻혀있던 시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열렸다. 남은주 기자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부터 오랫동안 묻혀있던 시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열렸다. 남은주 기자
일본 강점기 시절을 기록한 영상을 상영하는 방공호의 한 전시관. 남은주 기자
일본 강점기 시절을 기록한 영상을 상영하는 방공호의 한 전시관. 남은주 기자
경희궁 방공호는 비참하고 오싹한 지하실이다. 서울역사박물관 뒷편은 회상전과 융복전 등 경희궁의 아름다운 전각들이 즐비한 자리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이를 부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터 일부에 미군 폭격 때 체신청 시설을 옮길 수 있도록 방공호를 만들었다.

20㎝ 두께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1378㎡ 넓이의 깊고 어두운 지하공간이 나온다. 위에서 8.5m 높이로 흙을 덮고 3m 두께 콘크리트로 벽을 쌓아 폭격을 대비한 곳이다. 원래는 방이 없었는데 현대건설 소유였을 때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안에 벽돌을 쌓아 10개의 작은 방으로 쪼개진 것으로 보인다. 방공호에선 일본 패망 직전 하늘을 덮는 비행기 영상과 사이렌 소리를 재현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신설동 유령역’에선 서울의 풍경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20m 길이로 재편집해 전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신설동 유령역’에선 서울의 풍경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20m 길이로 재편집해 전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신설동 폐선로 전시관으로 내려가는 입구. 남은주 기자
신설동 폐선로 전시관으로 내려가는 입구. 남은주 기자
‘신설동 유령역’은 43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신설동 지하철 선로에 붙여진 별명이다. 원래는 지하철 1호선 공사 때 5호선 길로 만들어졌지만 노선이 변경되면서 비어버렸다. 지금은 한밤중 운행을 마치고 군자차량기지로 가는 1호선 동묘역 열차가 지날 때말곤 종일 비어있던 이 200m 길이 선로에 서울시민들이 찍은 서울의 풍경, 골목, 역사를 담은 영상으로 반짝반짝 불이 켜졌다. 서울시는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11월 26일까지 사전신청을 받아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까지 중장기 운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은주 노형석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속보] 검, 김영선·명태균 구속영장 청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

[속보] 검, 김영선·명태균 구속영장 청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성남FC’ 재판부, 주임검사 법정서 내쫓아…“1일짜리 직무대리는 위법” 2.

‘성남FC’ 재판부, 주임검사 법정서 내쫓아…“1일짜리 직무대리는 위법”

“윤, 사퇴 안 하면 국민이 파면”…아주대 교수들도 시국 선언 3.

“윤, 사퇴 안 하면 국민이 파면”…아주대 교수들도 시국 선언

‘지금껏 울산바위로 홍보했는데’...‘천후산’ 어떤가요? 4.

‘지금껏 울산바위로 홍보했는데’...‘천후산’ 어떤가요?

명태균, 윤 대선 조직 활용해 여론조사 비용 마련 정황 5.

명태균, 윤 대선 조직 활용해 여론조사 비용 마련 정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