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소방서 소안119지역대. 전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6월28일 밤 9시11분 소방대가 없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목포소방서 지도안전센터에서 육로와 해로를 합쳐 11㎞ 떨어진 지점이었다. 소방차는 7㎞ 떨어진 지도 점암항으로 간 뒤 선박으로 이동해 임자도에 오르고 다시 3㎞를 달려 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화재 발생 1시간20분이 지난 뒤였다. 주택이 전소하고, 한 명이 부상한 채 상황이 끝나 있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은 24일 전남도·전남경찰청 국감에서 이런 실제 상황을 들며 섬 주민의 안전이 위협을 받는 만큼 소방·치안서비스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전남 관내 유인도 277곳에 주민 18만2217명이 살고 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섬 지역에서 372건의 화재가 났다. 하지만 대부분 섬 지역에 소방서도 소방차도 없는 탓에 화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남도의 소방행정 자료를 보면, 유인도 277곳 중 소방관서가 설치된 곳은 15곳(소방관 56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119안전센터 1곳은 신안군 안좌면에 설치됐고, 119지역대 9곳은 신안군 흑산·비금면, 여수시 삼산면, 완도군 노화·청산·소안·금일·금당면, 진도군 조도면 등지에 운영 중이다. 또 비법정 119지역대 5곳도 신안군 하의·도초·장산면, 여수시 남면, 완도군 생일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섬 규모별로 100가구 이상인 섬 77곳은 산불진화차, 동력소방펌프, 의용소방대를 배치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지만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형편이다. 특히 30가구 미만 134곳은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소방력이 아예 미치지 못한다. 실제 소방차가 배치된 섬은 15곳(5.4%),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섬은 25곳(9.0%), 의용소방대가 활동 중인 섬은 38곳(13.7%)에 그쳤다.
섬 지역은 또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학부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치안도 문제다. 유인도 277곳 중 경찰이 배치된 섬은 23.4%인 65곳이다. 이 가운데 22곳은 파출소, 43곳은 치안센터를 운영 중이다. 경찰관 1명이 섬 주민 357명의 치안을 책임진다. 치안센터에 배치된 기동장비는 순찰차량 1대, 오토바이 17대가 고작이다. 25곳의 치안센터는 기동성이 없어 치안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의원은 “인력과 장비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치안·소방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안전사회 건설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섬 지역부터 행정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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