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용천수 ‘구시물’. 연합뉴스
제주지역에서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뒤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을 용천수라고 부른다.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먹는 물이나 마을의 온갖 일에 사용되는 물은 용천수를 활용했다. 용천수에 얽힌 설화나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용천수는 도로 개발과 상수도의 보급 등으로 점차 수량이 줄어들고 파괴돼 사라지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 1월 용천수의 효율적 활용과 체계적 보전 관리를 위한 ‘용천 관리계획’을 보면, 제주도 내에 있는 용천수는 모두 102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활용 가능한 용천수는 661곳이다.
제주도는 이들 용천수의 활용과 보전을 위한 첫 사업으로 ‘용천수 역사탐방길 조성사업’을 들어간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우선 고려 말 삼별초의 주둔지였던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 일대 항몽유적과 관련된 장수물과 구시물 등의 용천수 등 5곳을 대상으로 다음 달까지 역사탐방길을 조성한다.
이곳에는 항몽세력인 삼별초 김통정 장수의 발자국이 샘이 됐다는 장수물과 삼별초 주둔지인 항파두성을 구축할 당시 식수로 사용했다는 구시물, 고위관직에 있던 인사들이 먹었던 물이라는 옹성물 등 용천수에 관한 전설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도는 용천수 주변의 콘크리트 등을 걷어내고 화산섬의 특색을 살려 현무암을 이용한 돌길과 돌담을 조성하는 한편 역사안내판 등을 설치한다. 도는 정비된 용천수를 제주도를 거점으로 항몽 활동을 전개한 삼별초의 역사적 사실과 연계한 탐방코스 및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도는 또 이들 용천수가 제주올레 16코스 중간에 있어 도보 여행객들의 쉼터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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