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고객, 삼성서비스센터 해남점에 수리 맡긴 기기 때문에 한숨
“수리 중이라고 철석같이 믿다가 명절 대목에 낭패 봤다”
“수리 중이라고 철석같이 믿다가 명절 대목에 낭패 봤다”
전남 완도에서 수산업을 하는 박완수(47)씨는 지난 9월 중순 명절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다. 출하를 서둘던 9월15일 오후 2시35분 아차 하는 순간에 수족관에 휴대전화를 빠뜨렸다. 물에 젖은 기기를 재빨리 건진 그는 장탄식했다. 거래처 전화번호와 소송 중인 문서 등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기를 건진 지 40분 만에 삼성서비스센터 해남점에 도착했다. 휴대전화를 맡기고 이름과 전화번호, 연락처를 남겼다. 접수증은 받지 않았다. 이 센터에서 다른 제품을 수리할 때도 그랬기 때문에 따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날 오후 늦게 센터의 기사로부터 식염수로 닦았더니 전원이 들어온다는 연락이 왔다. 다음날인 16일에는 저장부위가 손상된 듯한데 폐기하면 어떠냐는 물음이 왔다. 그는 사업상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 꼭 복원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흘째인 17일 해남에서는 복원이 어렵다며 본사에서 수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그는 수리가 잘 되는 줄 알고 기다렸다. 착신 신청을 했지만 전화를 해오지 않은 납품처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전화기가 없이 추석 대목이 빠르게 지나갔다.
추석 연휴 이후 박씨는 10월11일 삼성서비스센터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센터에선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접수한 기록이 없다며 태평한 소리를 하는 통에 억장이 무너졌다. 사흘 동안 옥신각신해야 했다. 삼성 고객지원팀에 전화했으나 센터 편만 들었다. 결국 영상 화면을 통해 센터에 기기를 맡긴 사실이 확인됐다. 소동 끝에 기기는 10월14일 수리기사 차 안에서 발견됐다. 상심한 그는 고객이 맡긴 기기를 멋대로 반출해도 되느냐고 따졌다. 기기가 한 달 이상 실종하면서 빚어진 사업 차질과 소송 파행에 대한 책임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 쪽은 “최신형기기를 사주겠다”고 무마하려고만 했다.
그는 “이런 횡포를 부릴 줄 몰랐다.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대응 탓에 메모리가 언제 복원될지 몰라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삼성 쪽은 “기사 과실과 보고 누락이 겹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고객한테 거듭 사과했으나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해결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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