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최도심 육거리 시장 주변 도로에 멧돼지 떼가 나타났다. 이들 멧돼지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 쏠리고 있다.
2일 밤 10시 30분께 무게 100㎏가량 어미와 새끼 5마리 등 6마리가 떼 지어 나타났다. 어미 멧돼지는 육거리시장과 옛 남궁병원 사이 5차선 대로를 횡단하다 ㄱ(51)씨가 몰던 택시와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택시 앞부분도 심하게 부서졌다. 그 사이 새끼 5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도대체 이 멧돼지 가족은 어디에서 왔을까?
일단 청주 당산 유입설이 유력하다. 당산은 높이 100m도 채 안 되는 낮은 구릉 형태지만 우암산과 연결돼 있어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본거지로 점쳐지는 우암산은 숲이 우거져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크고,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새끼 멧돼지들이 우암산 방향으로 달아났다는 목격담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의문은 있다. 당산에서 사고 지점인 육거리까지 1㎞ 정도 떨어져 있다. 이 1㎞ 사이는 주택가·상가 등이 밀집돼 있으며, 이동 통로는 대로밖에 없다. 밤 시간대이긴 하지만 멧돼지 6마리가 산에서 내려와 도심 시가지를 이용해 한꺼번에 이동했다면 누군가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고가 날 때까지 멧돼지 출몰 신고는 없었다.
우암산에 살던 멧돼지 가족이라면 굳이 산과 가까운 마을을 두고 대로 등을 거쳐 육거리까지 진출한 것도 의문이다. 지금까지 수동·내덕동·용담동 등 우암산과 접해있는 도심에 멧돼지 출몰 신고는 없었다. 지난 9월 14일 오후 청주 비하동 식당에 나타났던 멧돼지는 바로 옆 부모산으로 달아났다가 포획됐다.
하지만 우암산에서 서식하던 멧돼지가 도심까지 출몰했다면, 주말마다 시민 1만여명이 이용하는 우암산·상당산성 산책로 등에 대한 안전 조처가 시급하다.
다른 가능성은 무심천 산책로 등을 통한 출몰설이다. 이철규 청주시 자연보전팀 주무관은 “멧돼지 등을 포획하는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지단에 따르면 멧돼지들이 먹잇감이 떨어지면 무심천 같은 하천 숲으로 내려와 새끼를 낳은 뒤 서식하다가 가끔 도심으로 출몰하기도 한다고 했다. 청주 외곽 산에서 내려와 무심천 하천 숲에서 살다 도심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의문이 있다. 일단 무심천 건너 서쪽은 주택가·상가가 개발된 도심이고 높은 산이 없는 데다, 하천을 건너야 하므로 유입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무심천 상류의 낙가산·가덕산, 하류 쪽의 명심산 등에서 서식하다 도심까지 출몰했을 가능성이 남는다. 하지만 이들 산과 청주 도심 육거리까지는 10㎞ 이상 떨어져 있고, 무심천 하상 도로 등을 통해 도심으로 들어간다면 시민들에게 미리 발각될 수밖에 없다. 지금 무심천 상류에서 미호천 합류지점까지 무심천 주변에는 차가 다니는 하상 도로와 자전거·산책길이 조성돼 있다. 이곳 역시 밤낮으로 시민들이 통행하고 있어 눈에 띄기에 십상이다. 멧돼지들이 하천을 통해 이동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철규 청주시 자연보전팀 주무관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일단 우암산에서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등산객 등의 안전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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